오미크론 대유행이 정점을 향하면서 정부가 확진자 수 집계에 애를 먹고 있다. 검사 체계를 바꾸면서 병원들의 확진자 보고에 오류가 생겨 뒤늦게 추가되는 일이 발생했다. 확진자가 정부 예상치를 크게 뛰어넘었지만 방역 당국은 “중증·사망을 최소화하고, 일상 체계로 전환하는 과정”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방역 완화로 유행이 크게 확산됐다”며 “의료 현장은 이미 아비규환”이라고 토로하고 있다.
17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일일 신규 확진자 62만 1328명 중 약 7만 명이 전날 확진자로 추정된다. 지난 14일부터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RAT)에서 양성이 나온 경우 추가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거치지 않고 양성으로 판정하도록 검사 체계를 바꾸면서 시스템에 오류가 생겼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의료기관들이 보건소에 확진자를 신고하는 과정에서 일부 주소지가 불명확한 병·의원들이 보건소 배정에서 제외되면서 수치에 차이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상원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역학조사분석단장은 “확진자 집계가 미진했던 데 대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정부는 오미크론이 정점기에 접어들었다고 보지만 실제 그렇게 될지는 미지수다. 특히 정부는 오미크론의 치명률이 계절 독감 수준으로 낮다고 하지만 늘어나는 확진자로 인해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가 계절 독감에 상회하는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날 429명으로 역대 최다치를 기록한 사망자는 최근 보름 동안 누적 3000명이 넘었다. 위중증 환자는 8일 1000명 선을 넘긴 이후 10일 연속 네 자릿수다.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두 달간 760만 명 감염돼 5200명이 사망한 점을 보면 계절 독감 치명률을 뛰어넘는다”면서 “정점을 지나도 한두 달은 감염자와 사망자가 적지 않게 발생해 계절 독감과는 비교 불가한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병상이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반복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이미 대응 여력이 한계에 달했다는 목소리가 높다. 코로나19 검사를 하는 병원들은 밀려드는 검사 희망자들 때문에 일상적인 진료는 사실상 손을 놓은 상태다. 또 이날 0시 기준 전국 중증 병상 가동률은 65.6%, 준중증 병상 가동률은 72.3%에 달했다. 보건소와 감염병 전담 병원에서는 심각한 중증 환자가 아니면 입원이 어려워지고 있다. 한 전담 병원 관계자는 “심혈관 질환자 등 응급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환자들만을 받는 상황이 다가오고 있다”면서 “확진자 급증으로 인해 대기 시간이 최소 6시간 발생하며 별도의 대기 공간이 없어 119 차량이나 자차 등에서 대기할 수 있다고 안내하라는 지침이 내려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환자 의료 체계가 버틸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고 말한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기저질환자 전원 전 환자 등을 포함해 현재 위중증 환자 수보다 50% 정도의 병상이 더 필요한 상황”이라면서 “위중증 병상 2800개를 확보해도 1800개가 차는 순간 병상은 사실상 포화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병상 점유율이 80%가 되면 병상 이동도 어렵고 환자가 입원하기 전 구급차 안에서 무작정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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