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경제 분석 보고서인 그린북에서 ‘경제 회복’이란 단어가 사라졌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내수 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대외 불안까지 가중되면서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점차 비관적으로 바뀌는 양상이다.
기획재정부는 18일 펴낸 ‘3월 최근 경제 동향’에서 “최근 고용 증가세 확대가 이어지고 수출도 견조한 개선세를 지속하고 있으나 변이 바이러스 확산세 등에 따른 내수 회복 제약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어 “대외적으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등 주요국 통화정책 전환과 우크라이나 사태 영향으로 공급망 차질, 인플레이션 우려 등이 심화하면서 원자재·금융시장 변동성이 보다 증가하는 등 불확실성이 지속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대외 변수와 관련해 지난 2월에 이어 2개월 연속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올 1월만 해도 “글로벌 경제 회복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봤지만 공급망 차질의 장기화, 급격한 인플레이션 등 불안 요인이 커지자 ‘경제 회복’이란 단어가 빠진 것이다. 특히 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고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급등, 곡물 가격 앙등은 가계와 기업에 부담을 지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내수 불안감도 지난해 12월부터 4개월째 이어졌다. 방역 수칙 완화에 따른 경제 활동 재개 기대감 속에 취업자 수, 기업 심리 등은 상승하고 있지만 신규 확진자가 60만 명을 넘어서는 등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대한 우려는 여전한 상황이다. 실제 내수 경기를 보여주는 각종 지표가 엇갈리고 있다. 지난 1월 광공업 생산은 전월 대비 0.2% 늘어났지만 서비스업 생산은 같은 기간 0.3% 감소해 전 산업 생산이 0.3% 줄었다. 지출도 소매 판매가 전월 대비 1.9% 줄어들었지만 설비 투자(2.5%), 건설 투자(0.5%)는 늘어났다. 소비자 심리는 전월 대비 1.3포인트 내렸지만 기업 심리 실적은 1포인트, 전망은 3포인트 상승했다. 지난 2월 103만 명(전년 동기 대비)이 늘어난 취업 시장의 경우 겉으로 보기엔 회복세를 이어가는 듯하지만 기저 효과에 따른 착시라는 분석도 나온다. 기재부는 “국산 승용차 내수 판매 증가 등은 긍정적 요인이지만 소비자 심리 지수 하락, 할인점 매출액 감소 등은 부정적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물가 불안도 계속되고 있다. 2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3.7% 오르며 3%대 상승률이 5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 등에 따른 국제 유가 상승으로 석유류 등 공업 제품 오름폭이 커졌고, 외식 등 개인 서비스 물가도 크게 올랐다. 특히 석유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물가는 3.2% 올라 고물가가 심각하다는 분석이다. 기재부는 “선제적 물가 관리 등 민생 안정과 대내외 리스크 점검, 우리 경제에 미칠 파급 영향 최소화에 전력을 기울이면서 신속한 추가경정예산 집행 등을 통해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피해에 대응하고 경기 회복 뒷받침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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