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적인 맛집이 모여있기로 유명한 서울 용산구 해방촌은 ‘비건 로드’이기도 해요. 비건 식당과 카페, 비건 식료품점까지 모여있단 사실! 비건과 비건지향인뿐만 아니라 비거니즘에 관심이 없는 용사 지망생들도 어느샌가 비며들기(=비거니즘에 스며듦) 좋은 동네죠. 해방촌 비건 로드에서도 지구용 에디터들이 강력 추천하는 세 곳을 소개해 드릴게요(feat.내돈내산).
진한 모로코의 맛
해방촌에 도착했더니 점심시간. 미리 찍어둔 모로코 음식점 겸 카페 ‘모로코코 카페’로 향했어요. 여긴 애초에 메뉴 종류가 많지 않아요. 모로코 전통 스튜인 ‘타진’, 길쭉한 바스마티쌀밥에 토핑을 얹은 ‘모로코 오버 라이스’, 당근 샐러드가 전부예요. 비건 메뉴는 당근 샐러드와 비건 버전의 모로코 오버 라이스. 에디터는 비건 모로코 오버 라이스를 주문했어요. 그 외엔 맥주, 와인, 커피 같은 음료 메뉴가 있는데 ‘모로칸 민트 티’라는 음료가 눈에 확 들어오더라고요.
모로코 음식은 처음이라 어떤 모양일지, 어떤 맛일지 전혀 감이 안 잡혔는데요. 템페와 가지를 얹은 비건 모로코 오버 라이스가 테이블에 놓이는 순간 느낌이 왔어요. “이것은...맛있을 수밖에 없다...” 길쭉한 바스마티쌀밥과 진하고 고소한 후무스, 조금 심심하다 싶을 때 살짝 찍어 먹는 하리사(모로코의 핫소스)까지. 샐러드 드레싱은 그저 올리브유뿐인데도 풍미가 너무 좋아서 다른 걸 섞은 건 아닌지, 직원분께 여쭤보기까지 했어요.
그리고 대망의 민트티. 모로코 전통 주전자에 담겨 나오는 모로칸 민트티는 설탕이 살짝 들어가서 달달했어요. 그런데 센 단맛이 아니라 은은한 단맛이라 좋았어요. 주전자 뚜껑을 열어보니 생 민트잎이 들어있더라고요.
다음번엔 논비건 친구들을 데려오기로 맘먹었죠. 지글지글거리며 서빙되는 타진이 정말 맛나보였거든요. 옆 테이블에선 양고기 타진을 주문하셨는데, 모로코에 다녀온 분이신지 “모로코에서 먹던 맛”이라며 즐거워하시더라고요.
모로코코 카페는 종종 계절 메뉴나 한정 메뉴도 선보이고 비건 나잇 같은 행사도 하더라고요. 인스타에서 확인 가능.
비욘드미트 소세지가 궁금해?
식사를 마치고 쇼핑을 갔어요. 목적지는 모로코코에서 걸어서 5분 거리인 찰리스 그로서리(Charlie's grocery).
찰리스 그로서리는 원래 이름이 ‘비건 스페이스’였고 비건 식료품만 취급했었어요. 그런데 최근 이름을 바꾸고 논비건 식료품도 들여놓으셨대요.
그렇지만 실망할 필요는 없어요. 비건 치즈와 비건 버터, 비건 장조림에 대나무 칫솔&고체치약까지 진짜 알차게 쇼핑할 수 있거든요.
에디터의 눈길을 끈 건 미국 비욘드미트의 비건 소시지. 동원F&B가 국내 수입하지만 아직은 파는 곳이 많지 않은데 찰리스 그로서리에서 판매 중이더라고요. 옆에는 국내 비건 브랜드인 베지푸드의 비건 소시지도 있길래 둘 다 집어왔어요. 조만간 후기 전해드릴게요.
제주서 올라온 못난이 농산물
해방촌에서 차는 어디서 마실지 고심한 끝에 ‘흠마켓’으로 정했어요. 흠마켓(hmm.market, 인스타)이 무슨 뜻인가 싶었는데 흠집 난 못난이 농산물도 파는 카페라서 지은 이름이더라고요. 못난이 농산물은 맛도 영양도 문제 없는데 다르게 생겼단 이유 만으로 유통 단계에서 탈락되는 녀석들.
흠마켓의 농산물들은 직거래한 제주 농산물이래요. 라따뚜이용 야채, 카레용 야채를 묶은 세트도 판매 중이더라고요.
마침 집에 과일이 똑 떨어져서 천혜향이랑 애플망고를 좀 사고, 공정무역 커피를 주문해서 느긋한 시간을 보내다 왔어요. 메뉴에는 홈메이드 비건 핫초콜릿, 홈메이드 아몬드 우유 같은 음료뿐만 아니라 샐러드와 샌드위치, 파스타 같은 비건 식사 메뉴도 있더라고요. 또 와야 할 이유가 생겼어요.
한꺼번에 다 가보진 못했지만 해방촌 비건로드에는 비건 맛집이 많아요. 비건로드 끄트머리의 ‘더로열푸드앤드링크’에선 후암동 뷰(노을맛집으로도 유명)를 즐기면서 두유 요거트볼, 템페 후무스 플레이트 같은 비건 메뉴를 맛볼 수 있대요. 이태원 몽크스부처(=비건 양식당)에서 운영하는 ‘몽크스델리’는 브런치 플레이트, 두부치킨 버거가 유명하고요. 캐슈넛 화이트소스 볼로네제 소스, 두부면으로 만든 ‘베제투스’의 비건 라자냐도 정말 궁금해서 조만간 다시 해방촌을 들러야할 것 같아요.
해방촌 비건 로드를 살짝이나마 탐방하고 왔더니, 비거니즘과 제로웨이스트를 동시에 실천하기가 상대적으로 편한 동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비거니즘에 전혀 무관심한 친구도 자연스럽게(?) 끌고 가기 좋은 힙한 동네기도 하고요. 용사님들도 언젠가 해방촌에서 맛있고 착한 주말 보내시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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