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사용 줄여야 하는 걸 누가 모르겠어요. 다회용기 살 돈도, 관리할 손도 없는 게 문제죠”
다음 달 1일부터 카페 내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이 금지될 예정인 가운데, 소규모 개인카페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이들은 환경보호라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코로나19로 어려워진 상황에 부담이 가중된다고 토로했다. 소규모로 운영되는 개인카페의 경우 매장 내 다회용기를 보관할 공간이 충분하지 않고, 설거지 등 다회용기 관리에 인력을 추가로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19일 서울경제가 만난 소규모 개인카페 사장들은 올해 점차적으로 시행될 일회용품 사용 규제를 두고 불만을 터뜨렸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개인카페를 운영하는 김 모(38)씨는 “대형 프랜차이즈 매장과 달리 개인카페들은 대부분 주방이 비좁은 경우가 많다”면서 “머그컵 등 다회용기를 보관할 곳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서울 은평구에서 혼자 개인카페를 운영하는 박 모(41)씨도 “손님들이 몰리는 점심시간에 설거지와 커피 제조를 동시에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코로나19 이후 매출도 절반 가까이 떨어졌는데 사람을 더 쓸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설명했다.
일괄적인 규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서울 은평구 소재 카페 사장 김 모(30)씨는 “우리 가게의 주력 제품은 버블티인데 11월부터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하지 못하면 손님에게 숟가락을 제공해야 하는 것인지 답답한 마음”이라면서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야 한다는 것에는 십분 공감하지만 매장을 구분해서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토로했다.
일회용품 사용 규제는 올해 연달아 시행될 예정이다. 4월 1일부터는 카페 등 식품접객업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이 금지되며 올해 11월 24일 이후에는 일회용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 젓는 막대도 사용이 불가하다. 규제를 어길 시에는 면적과 이용 인원, 적발 횟수에 따라 최소 5만 원에서 최대 2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2020년 2월 코로나19 감염을 최소화하기 위해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이 한시적으로 허용된 지 2년 만이다.
서울 은평구 소재 카페 사장 김 모(30)씨는 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쏟아지는 상황에서 일회용컵을 요청하는 손님과의 마찰을 우려하기도 했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매장 내에서도 일회용컵을 찾는 사람이 크게 늘어난 상황이라 걱정된다”면서 “과거 일회용품 사용을 허용했던 이유는 코로나19 감염을 차단하기 위함인데, 서울에만 10만 명 확진자가 나오는 지금 다시 시행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코로나19 이후 일회용품 사용이 증가한 만큼, 환경보호를 위해 플라스틱 사용 감축에 대한 관련 업계의 협조가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홍동곤 환경부 자원순환국장은 지난 1월 ‘일회용품 사용규제 제외대상’ 개정안을 고시하며 "일회용품을 줄이기 위한 이번 개정안이 현장에서 잘 시행될 수 있도록 관련 업계와 국민 여러분의 관심과 노력을 부탁드린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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