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 부족으로 국가 부도 위기에 처한 인도양의 섬나라 스리랑카가 종이가 모자라 학교 시험도 치르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코노미넥스트 등 스리랑카 언론과 외신은 19일(현지 시간) 스리랑카 서부주(州) 등의 고등학교가 21일부터 1주일간으로 예정된 기말고사를 다음 달 이후로 연기했다고 보도했다. 프리얀타 스리랄 노니스 서부주 교육국장은 이코노미넥스트에 “인쇄용 종이가 부족한 데다 종이와 잉크 등의 가격이 올라 시험지를 인쇄하기 어려운 지경”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주 당국은 중학교의 경우 지역 단위로 시험을 치를 수 있다고 밝혔지만 일부 일선 학교는 회의적인 상황으로 전해졌다. 당국 관계자는 “전국 450만 명의 학생 가운데 3분의 2가량이 시험 지연으로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 학기 교과서 인쇄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교원노조 간부인 조지프 스탈린은 “지난 1월 이전에 (새 학기용) 교과서가 인쇄돼야 하는데 교과서도 없는 상태”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관광 산업에 크게 의존하던 스리랑카 경제는 2019년 4월 ‘부활절 테러’에 코로나19까지 덮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스리랑카의 올해 총부채 상환 예정액은 70억 달러(약 8조 5000억 원)지만 외환보유액은 20억 달러(약 2조 4000억 원)에 불과하다. 이에 피치 등 주요 국제신용평가사는 지난해 말부터 스리랑카의 국가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정부가 외화 부족으로 석유를 구하지 못하면서 단전과 연료 부족 사태가 발생했고 물가도 치솟아 서민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우다야 감만필라 전 에너지장관은 지난달 말 최근 상황에 대해 1948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뒤 최악의 경제 위기라고 말하기도 했다.
시민들은 최근 수도 콜롬보 등에서 정권을 장악한 라자팍사 가문의 퇴진 등을 요구하며 대규모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에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은 16일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는 작업에 착수하겠다며 진화에 나섰다. 17일에는 인도로부터 10억 달러(약 1조 2000억 원)의 긴급 자금을 조달해 외채 상환에 다소 숨통이 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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