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주 우려가 없는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에 대한 출국정지를 보고 어떤 외국인이 한국에 투자하려 하겠습니까. 대승적 차원에서 카젬 사장에 대한 출국정지를 풀어야 합니다”
정만기(사진)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21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카젬 사장에 대한 검찰의 출국정지가 외국인투자 위축이라는 부정적 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하며 이 같이 주장했다.
검찰은 지난 3일 근로자 불법 파견 혐의로 재판 중인 카젬 사장을 출국 금지시켰다. GM이 카젬 사장을 중국 SAIC-GM총괄 부사장으로 발령내자 출국을 막아버린 것이다. 카젬 사장에 대한 검찰의 출국 정지는 지난 2020년과 지난해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카젬 사장은 출국 정지 직후 서울행정법원에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출국정지 처분 취소 청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정 회장은 “한국GM의 경영이 정상화되고 있으나 아직 적자가 지속되고 있고, 전기차 등 미래 준비도 강화해야 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카젬 사장의 출국정지는 GM 본사의 투자결정을 어렵게 하거나 지연시키고 나아가 한미 경제동맹에도 악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GM 본사뿐 아니라 많은 외국 기업들이 이 사안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법무부와 검찰이 우리 산업계와 한미 관계를 고려해 결정을 내리길 바란다”고 했다.
정 회장은 “출국정지의 근거가 된 한국GM의 불법파견의 경우 주무부처인 고용부가 적법 도급으로 인정했다가 법원에서 번복된 사안인데다 고용 형태가 자유로운 국가에서 온 외국인 사장은 이해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특히, 카젬 사장이 부임한 2017년 9월 한국GM은 생존 위기에 처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불법파견 해결보다는 살아남기 위한 전략마련에 노력을 집중할 시기였던 만큼 고의성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카젬 사장은 불법 파견 관련 재판에 성실히 임해 온 만큼 다른 외국 기업인과 달리 도주 우려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했다. 카젬 사장은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 1700여명을 불법 파견한 혐의로 기소돼 1심 재판을 받는 중이다.
정 회장은 “한국의 투자매력도 악화로 우리 제조업의 해외직접투자 대비 외국 제조업의 국내투자는 위축되는 추세이며 지난해에도 제조업 분야 외국인 직접투자는 신고기준 50억 달러로 전년 대비 16.2% 감소했다”며 “외국에선 합법화되어 있는 파견근로나 대체근로를 불법화하고 이를 위반한 외국인 경영인들을 출국금지시킨다면 우리나라의 투자지로서의 매력은 감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미래차 전환에 대비하기 위해 윤석열 정부가 노동법규를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추고 무공해차에 대한 지원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국내 자동차 시장 발전을 위해서는 국내 기업의 노력뿐 아니라 기술력을 갖춘 외국 기업의 유치가 절실하다”면서 “대체·파견 근로 합법화, 52시간제 탄력적용. 임단협 협상 주기 3년 이상으로 확대, 전기차·수소차 보조금 지원 및 충전인프라 확대, 자율주행 관련 규제 완화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 전기차로의 전환 과정에서 희토류나 배터리 원재료 등의 공급 애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해외자원개발 등을 통해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도 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