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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만에 ‘엔저의 공습’…日과 수출경합 벌이는 韓 경제엔 악재

■엔·달러 환율 장중 120엔 돌파

미일 통화정책 디커플링 심화

저물가에 日 확장 재정정책 펴

"韓 수출 경쟁력 갉아먹을수도"

22일 일본 도쿄의 한 금융사 전광판에 달러당 120엔을 돌파한 엔·달러 환율 시황이 띄워져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6년 만에 ‘엔저의 공습’이 다시 시작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통화정책이 디커플링(탈동조화) 양상을 띠고 일본이 확장 중심 재정정책을 펴면서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20엔을 돌파하면서다. 달러 대비 하락한 엔화의 가치가 우리 수출 경쟁력을 갉아먹을 것이라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22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날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장중 120.46엔까지 올라 지난 2016년 2월 이후 6년 1개월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환율은 이달 들어서만 4% 상승했다.

이는 미국은 돈줄을 조이는 반면 일본은 계속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는 18일 금융정책결정회의 후 “미국의 물가 상승률은 8%, 유럽은 6%에 가까운 반면 일본은 여전히 1%가 채 안 된다”며 “미국과 유럽은 금리를 올리는 등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서는 것이 자연스럽지만 다른 나라가 그렇게 움직인다고 일본도 따라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미국의 2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전년 대비)은 7.9%에 달하는 반면 일본은 0.9%에 그쳤다.

이번 분기 일본 경제가 역성장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도 BOJ가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하는 이유다. 블룸버그는 “대다수의 전문가들이 올 초 오미크론의 확산 등으로 1분기 일본의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일본은 오는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어 경기 부양에도 나서야 한다. 엔화가 약세를 보일 경우 가뜩이나 높은 에너지 수입 가격을 더 끌어올리는 불이익이 있지만 BOJ는 이를 감안하더라도 현 통화정책을 유지하는 것이 경제에 더 이롭다는 견해를 유지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재정정책 측면에서 일본 정부가 대규모 추가경정예산을 준비하는 점도 엔화 약세에 기름을 붓고 있다. 22일 산케이는 “일본 정부와 여당이 10조 엔(약 102조 원) 규모의 추가 경제 대책을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르면 대책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원유 가격 상승에 대응할 유가 보조금, 식품 가격 억제책, 중소기업 지원책 등이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엔화는 시중에 대규모로 풀리는 반면 미국은 돈줄을 조이면서 달러 가치는 올라가고 엔화 가치는 떨어지는 구조다.

일각에서는 최근의 엔저 현상을 두고 엔화의 안전자산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통상 엔화는 달러에 이은 전통적 안전자산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위기 국면에는 엔화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늘어 가치가 오르지만 최근 들어서는 이와 반대의 모습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유가 폭등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휘청이고 있지만 되레 달러 대비 환율이 치솟고 있다. 최근 닛케이아시아는 엔화가 주요국 통화 중 가장 약세를 보인 점을 지적하며 “위기 때 안전자산으로서의 지위를 잃어 가는 신호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국내 수출 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기업의 해외 현지 생산이 늘어 환율이 수출, 기업 이익에 미치는 영향이 이전보다는 줄었다고 하지만 환율과 수출 경쟁력의 상관관계는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무역 시장에서 한국과 일본은 경합을 벌이는 품목이 상당 부분 겹치고 있다. 최근 일본 다이와증권은 엔화 가치가 달러당 1엔 낮아지면 일본 기업의 경상이익은 0.4% 늘어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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