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들의 정기 주주총회가 진행되는 가운데 행동주의 펀드들의 행보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주주서한을 공개 발송하거나 소액주주들의 의결권 위임 등을 통해 치열한 표 대결에 나선 곳이 적지 않아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지난주 태광산업(003240)에 대해 주식 유동성 확대와 합리적인 배당정책 등을 요구하는 주주서한을 보냈다. 트러스톤은 태광산업의 지분을 6.06%가량 보유한 4대 주주다. 지난해 말 BYC에 대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개선이 요구된다’며 주주서한을 발송한 이래 두 번째 행동주의 행보다.
태광산업에 보낸 트러스톤의 주주서한은 △1조 2000억 원에 달하는 현금성 자산의 활용 방안 제시 △주식 유동성 확대 △합리적인 배당정책 수립 등의 요구를 담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주당 100만 원이 넘는 ‘황제주’ 태광산업의 유동 주식 비율이 너무 낮아 적절한 거래량이 수반되지 못한다는 점을 들어 액면 분할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풍부한 현금 자산에도 배당성향이 0.46% 수준에 머물고 있는 점과 일반 주주 대상 기업설명회(IR)를 10년간 진행하지 않은 점을 거론하며 주주들이 만족할 만한 배당정책 수립과 소통을 요구했다.
에스엠(041510)도 오는 31일 주총을 앞두고 긴장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앞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 에스엠의 주가 저평가 이유가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의 개인회사 라이크기획과 맺은 용역 계약에 있다며 이 문제를 풀고자 감사 선임에 대한 주주 제안을 해서다. 이에 에스엠은 제3자배정 유상증자 한도를 기존 30%에서 50%로 높이고 주주명부 폐쇄일을 주총 2주 전으로 바꿀 수 있도록 하는 정관 변경안을 기습적으로 내놓으며 맞서고 있다. 최근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과 한국ESG연구소 등 의결권 자문 기관이 얼라인의 감사 선임 주주 제안에 대해서는 찬성을, 에스엠의 정관 변경 안건에는 반대를 권고해 얼라인 측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이 밖에도 안다자산운용이 소액주주들의 의결권을 위임받아 28일 SK케미칼(285130) 주총장에서 배당 확대 등에 대해 반대표를 행사할 것으로 전망되며 차파트너스자산운용 역시 사조오양(006090)(24일)과 상상인(038540)(29일) 등의 상장사에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을 요구하는 내용을 제한했다.
한편 아직 행동주의 펀드의 승리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지난 21일 토비스(051360) 주총에서 차파트너스가 제안한 안건은 모두 부결됐고 이날 열린 한진칼의 주총에서도 KCGI가 추천한 사외이사가 표 대결에서 져 선임되지 못했다. 다만 기업의 주주 환원책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수확은 있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실제 SK케미칼은 22일 5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발표했으며 토비스 역시 18일 자사주 30만 주 소각을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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