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24일 법무부의 업무보고 일정을 취소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전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 검찰 예산편성권 부여 등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핵심 사법 공약에 공개적 반대 입장을 밝힌 데 대한 대응이다. 공약에 찬성하는 것으로 알려진 대검찰청의 업무보고는 예정대로 진행한다.
인수위 정무사법행정분과 인수위원들은 이날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별관에 마련된 인수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 정무사법행정분과 인수위원들은 오늘 오전에 예정되어 있던 법무부 업무보고는 무의미하다고 판단하고 서로 냉각기를 갖고 숙려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이른 시간에 법무부에 업무보고 일정의 유예를 통지했다”고 밝혔다.
인수위는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에 대해서 40여일 후에 정권교체로 퇴임할 장관이 부처 업무보고를 하루 앞두고 정면으로 반대하는 처사는 무례하고 이해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 장관의 어제 기자 간담회는 국민을 위한 검찰을 국민에게 돌려드리겠다는 당선인의 진의를 왜곡했다”며 “이에 우리 정무사법행정분과 인수위원들은 이 사태의 엄중함을 국민께 설명 드리고 이러한 사태가 반복되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전날 박 장관은 법무부의 인수위 업무보고를 하루 앞두고 윤 당선인의 검찰 공약에 정면 반대 입장을 밝혔다. 박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장관의 검찰 수사지휘권은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 책임 행정 원리에 입각한 것”이라며 “아직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인수위원인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회견 후 기자들에게 "업무보고 연기는 전적으로 인수위원들이 협의해 결정된 것"이라며 "윤 당선인 의중과는 관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일정을 조정해 다음주 화요일(29일) 전에 법무부 업무보고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 의원은 박 장관의 개인적 입장과 별도로, 법무부 부처 차원의 입장 조율을 기대했다. 업무보고를 아예 취소하겠다고는 밝히지 않은 것도 그런 맥락으로 해석된다. 그는 '박 장관의 입장 변화나 유감 표명이 없을 것 같다'는 기자 질문에 "법무부가 내부적으로 숙의를 거쳐 윤 당선인의 공약에 대한 입장을 다시 정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화요일(29일) 안에 다시 한번 보고 받으면서 그 입장을 확인하면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숙의는 법무부 내에서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분과 간사인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은 "법무부 장관이 어제 기자 간담회를 통해 공약에 반대한 건 법무부를 위해서도 좋지 않다"며 "곧 물러날 장관"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무부는 계속 윤석열 정부와 함께할 것"이라며 "박 장관의 처신은 법무부에 부담주는 행위"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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