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연속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던 안랩(053800)이 돌연 하락 반전하며 18%나 급락하고 있다. 최대주주인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의 새 정부 국무총리 입각에 대한 기대감이 꺾인 탓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최근 급등세에도 슬금슬금 늘었던 공매도 자금도 주가에 부담을 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4일 오후 2시 22분 기준 안랩은 전일보다 18.43% 급락한 14만34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장 초반에는 20만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고가를 새로 썼지만, 이후 가파르게 추락하며 상승 동력을 잃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전날 안 위원장의 총리설을 부인한 점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최근 외국인의 꾸준한 매수세에 힘입어 급등세를 이어가던 안랩이 급락하면서 공매도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안랩의 공매도 잔고는 574억원이다. 1년 전(43억원)에서 크게 불어난 수준이다.
공매도란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을 빌려서 판 다음, 실제로 주가가 떨어지면 주식을 되사서 갚고 차익을 챙기는 투자 기법이다. 예를 들어 주당 10만원일 때 빌려 판 주식을, 9만원으로 내렸을 때 되사서 돌려주면 차익이 1만원 남는다. 급락장에서도 수익을 낼 수 있어 위험을 헤지(hedge·대비)하는 투자법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최근 주가가 급등하면서 공매도 거래량은 소강상태였지만, 이날처럼 하락세에 접어들면 공매도가 늘어나 단기적으로 낙폭을 더 키울 수 있다. 시장이 공포감에 사로잡혀 이성적인 판단을 하기 어려운 시기에는 공매도가 '불난 집에 부채질' 격으로 주가 하락 폭을 키울 수 있는 것이다.
한편 최근 외국인의 안랩 매수세는 미국의 ETF운용사인 퍼스트트러스트를 비롯한 해외 운용사들의 비중 확대에 따른 것이다. 퍼스트트러스트는 이달 안랩 주식 140만 주가량을 담으며 지분 14.06%를 확보해 동그라미재단(9.99%)을 밀어내고 2대 주주 자리를 꿰찼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사이버 보안에 대한 경각심이 확대되자 국내 유일의 사이버 보안 기업인 안랩에 돈이 몰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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