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75년간 무려 65차례의 정부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이승만 정권 당시 11개 부와 4처로 시작한 정부조직은 숱한 변신을 거듭한 끝에 현재 ‘18부 5처 18청’ 체제가 됐다. 그 과정에서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간판은 물론 부처 내 조직도 ‘붙였다 뗐다’를 반복했다. 행정안전부는 박근혜 정부 시절 안전행정부로 이름이 바뀌었다가 세월호 참사 이후 행정자치부를 거쳐 문재인 정부 들어 원래 이름을 되찾는 촌극이 벌어졌다. 미국과 프랑스·일본 등 선진국의 정부조직이 수십 년간 명칭 변경이나 개편 없이 명맥을 이어온 것과는 확연히 대비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인수위원회도 정부조직 개편 작업에 착수했다. 여성가족부 폐지를 비롯해 교육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합, 산업통상자원부 내 통상 기능 이관 등 다양한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지향하는 차기 정권으로서는 역대 최대인 18개 부처로 몸집을 불린 ‘공룡 정부’의 다이어트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전 정권과의 차별화를 위해 제대로 된 검증 없이 조직 개편을 무리하게 밀어붙였다가는 불필요한 혼란과 갈등만 유발할 수 있다. 이는 집권 초기 국정 운영 차질까지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전임 정부의 색깔 지우기, 성과 내기에 조급하게 몰두할 경우 부처 개편이 졸속으로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동욱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하드웨어(부처 간판)를 바꾸는 데 집착하기보다 부처 내 정책 기능의 우선순위 점검 등을 통해 제대로 일하는 조직이 되게끔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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