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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경제]5년마다 되풀이 되는 주도권 다툼에.. 山으로 가는 '한국통상'

대선 직후 5년마다 통상주무부처 논란 되풀이

무역의존도 높은 제조강국들..산업부가 통상 주도

주무부처 바뀌면 10년 쌓은 노하우 사라져

CPTPP·IPEF 등 현안두고 '조직논리' 우선한다는 비판도





어느 부서가 통상을 담당할 지 또다시 격론이 오가고 있습니다. 대통령 선거 때마다 5년 간격으로 되풀이 되는 논란입니다.

관가에서는 이 같은 논란에 부정적 기류가 강합니다. 미·중 무역분쟁 및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통상질서가 급변하는 와중에 “미래 통상정책에 대한 생산적 담론은 보이지 않고 각 부처의 조직논리만 눈에 띈다”는 푸념까지 나옵니다.

통상주무부처 논란은 5년전과 마찬가지로 외교부가 불을 지폈습니다. 외교부는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10주년 비하인드’ 이야기를 홍보하고 있습니다. 외교통상부 시절 미국과 FTA를 체결했던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 등 관련 인물들의 인터뷰를 꾸준히 업데이트 하며 한·미 FTA 성과 알리기에 애쓰고 있는 모습입니다.

관가에서는 이 같은 외교부의 행보를 결국 차기 정부에서 통상을 되찾기 위한 전략적 움직임으로 보고 있습니다. 외교부는 지난 1998년 산업부에서 통상 부문을 넘겨 받은 뒤 15년간 이를 담당하다, 2013년 다시 산업부에 통상을 내준 후 5년마다 ‘외교통상부’ 부활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상황은 외교부에 유리합니다. 우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통상 관련 공약에 ‘외교부 용어’로 분류되는 ‘경제안보’라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외교부가 통상조직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품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당시 대선 후보 공약으로 통상 기능의 외교부 이관을 내세운 점, 인수위 외교안보 분과 간사를 맡고 있는 김성한 전 외교부 2차관 등 차기 정부에서 외교부 출신 인물들의 활약이 클 수밖에 없는 점 등도 외교부에 호재입니다.

반면 산업부는 러시아 수출통제와 관련해 미국측으로부터 해외직접제품규칙(FDPR) 예외를 이끌어내는 등의 계속되는 성과에도 불구하고 불안한 모습입니다. 인수위에 산업부 출신의 비중있는 인사가 보이지 않는데다,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과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참여 문제 등으로 대응 여력도 부족합니다. 최성호 경기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정책이 업계 등 수요자 중심으로 짜여져야 하는데 현재 통상 주도권 관련 다툼은 조직논리로 비쳐질 수밖에 없다”며 “선진국 중심의 산업정책 부활 등 글로벌 상황을 보고 관련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꼬집었습니다.

◇외교부·산업부 간 치열한 논리싸움=외교부는 ‘경제안보’의 중요성을 통상조직을 되찾아와야 하는 이유로 내세웁니다. 외교부 측은 최근 몇년간 이어져 온 미·중 갈등과 지난달 감행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경제안보’가 중요해 졌다는 입장입니다. 외교적 이슈가 자칫 무역망 교란 등으로 이어지는 만큼 외교부가 중심이 돼 통상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외교부 주장의 핵심입니다. 이외에도 각 기업의 이해관계를 고려해야 하는 산업부 대비 다양한 변수에 중점을 두고 통상정책을 수립할 수 있다는 점, 통상협상 진행 시 해외 공관을 십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이유로 내세웁니다.



산업부 측은 경제안보 이슈 또한 결국 자신들의 핵심 업무인 글로벌 공급망 이슈로 귀결되는 만큼, 오히려 산업부 중심의 통상정책 수립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또 반도체·이차전지와 같은 핵심전략제품의 육성전략 등을 산업부가 총괄하는데다 전략물자 관리 등 관련 법제도 모두 자신들의 소관인 만큼 ‘경제안보’가 중요해 질수록 산업부의 역할이 더욱 확대돼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들어 추진된 대(對) 일본 강경책이 ‘수출제한 사태’ 등으로 이어진만큼, 외교를 담당하는 부처가 통상까지 맡을 경우 부작용이 상당할 것이라 우려도 내놓습니다.

◇제조강국은 산업부가 통상 주도=해외 사례를 살펴 볼까요. 통상 조직 주무부처는 각 나라마다 다릅니다. 해외 주요국의 통상업무 담당은 주관 부처 기준으로 △산업부처 주도형 △외교부처 주도형 △독립부처형 등 3가지 형태로 나눌 수 있습니다. 우선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중국, 독일, 멕시코, 스페인 등은 산업부처가 통상을 주도합니다. 이들 국가에서는 산업 관련 부처가 통상교섭 및 통상진흥 업무를 담당하고 외교부처는 해외 공관을 기반으로 통상 관련 정보제공 및 공적개발원조(ODA) 등을 담당합니다.

반면 호주, 프랑스, 캐나다, 뉴질랜드, 이탈리아 등은 외교부처가 통상을 주도하며 산업부처는 통상 진흥업무를 담당합니다. 미국과 영국은 각각 무역대표부(USTR)와 국제통상부와 같은 독립 부처에서 통상을 담당하는 구조입니다.

이들 국가 중 제조업 경쟁력이 강한 나라들은 산업부처가 통상을 주도합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제조업 비중은 2020년 세계은행 데이터 기준으로 한국이 24.8%이며 중국(26.1%), 일본(20.3%), 독일(18.1%)도 엇비슷합니다. 이들 모두 산업부처가 통상을 주도합니다. 반면 외교부처에서 통상을 주도하는 호주(5.6%), 캐나다(9.6%), 아이슬란드(8.6%), 칠레(9.9%) 등은 제조업 비중이 낮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G20 가입국의 관련 지표를 살펴보면 이같은 산업과 통상 간 ‘결합’ 경향은 더욱 명확해 집니다. 이들 중 GDP대비 제조업 비중 상위 10개국은 아일랜드(34.5%), 중국(26.1%), 한국(24.8%) , 체코(21.9%) , 슬로베니아(20.6%), 일본(20.3%), 인도네시아(19.8%), 터키(19.1%), 독일·스위스(18.1%) 순입니다. 이들 상위 10개국 중 인도네시아만 독립부처에서 통상을 담당하며 나머지 9개국은 산업부처에서 통상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산업부처 주도형 통상 국가들은 무역의존도 또한 대부분 높습니다. 실제 한국(69.2%), 독일(81.1%), 멕시코(78.1%), 터키(61.1%) 등의 무역의존도는 외교부가 통상을 담당하는 호주(44.0%), 뉴질랜드(44.3%) 캐나다(59.9%), 칠레(57.8%)의 무역의존도를 크게 상회합니다. 해외 사례를 보면 산업부의 논리에 확실히 힘이 실립니다.

◇10년마다 조직 바뀌면… 인재 확보도 어려워=현재 외교부가 향후 통상을 담당할 경우 산업부 관련 인력이 외교부로 소속을 옮기면 쉽게 해결 될 듯 하지만 장애물이 여럿입니다. 우선 외교부는 서울에, 산업부는 세종에 각각 자리하고 있어 일부 직원을 제외하고는 관련 직원들이 거주지를 옮겨야 합니다. 최근 10년새 서울 집값이 크게 상승해 사무관급 직원들은 서울에 거주지를 마련하기 힘든 만큼, 저연차 직원들 위주로 통상부처 이관에 대한 우려가 상당합니다. 또 직제가 14등급으로 나눠진 외교부와 9개 등급으로 나뉘어진 산업부 간의 직제 통합 문제, 취급문서 중 기밀문서가 많은 외교부와 산업부 간의 데이터 이관 등 물리적 장애물만 다수입니다. 무엇보다 10~15년 단위로 부처가 바뀔 경우 관련 노하우를 쌓기 어려운 것은 물론 통상을 담당할 외부인력 채용 등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5년마다 되풀이되는 통상 소관부처 논란에 한국 통상 경쟁력이 결국 ‘산(山)’으로 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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