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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학개미? 비상장 주식투자, 이렇게 해서 망했다 [코주부]

[기자의 카뱅 비상장주 투자 실패담]

고평가 주식 장외시장서 매수…상장 직후 손절

비상장주 고위험 투자…상장 확실성·시가총액 등 점검해야





‘선(先)학개미’라는 신조어가 나왔습니다. 상장이 예상되는 기업의 주식을 장외시장에서 미리 사들여 투자하는 투자자들을 일컫는 말인데요, 이런 투자자들 덕분에 비바리퍼블리카, 야놀자, 현대오일뱅크, 교보생명, 컬리, SSG닷컴 등의 종목이 장외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하지만 비상장 주식은 비공개 시장입니다. 일반 투자자들이 기업의 정보를 잘 알 수 없고 적정 주가를 찾기도 힘들죠. 또 상장 일정은 언제든지 무산될 수 있고요. 그러면 주가가 반토막이 나기도 합니다. 그래서 오늘 <코주부레터>는 지금 비상장 주식을 노리고 장외시장을 찾은 투자자들에게 반면교사가 될 만한 사례를 제시하고자 합니다.

2021년 4월, 장외시장에서 ‘카뱅’을 찾았다



에디터는 지난 2021년 4월 카카오뱅크 비상장 주식을 사기로 결심합니다. 공모주 청약은 고작 1~2주밖에 받지 못해 절대 수익이 크지 않으니까요. 당시 카카오뱅크는 한국 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 신청서를 내고 상장을 준비 중이었습니다. 비대면 금융 시장을 개척하는 ‘혁신 기업’ 카카오뱅크가 상장을 한다니, 꼭 주식을 선점하고 싶었습니다.

당시 카카오뱅크의 장외 가격은 8만~9만 원 선이었습니다. 차트를 찾아보니 2020년에는 장외 가격이 11만~13만원 수준이었고 이 정도면 가격이 다소 내려왔다고 생각했습니다.

에디터는 증권플러스 비상장 앱에 가입해 9만 원 대 초반에 카뱅 주식을 샀습니다. 당시 주식 게시판에서 공모가가 4만 원 대에 형성될 것이란 글을 봤습니다. 그 때 멈췄어야 했지만 에디터는 멈추지 못했고, ‘따상만 해도 버는 거야’라고 생각하며 투자에 나섰습니다.

※비상장 주식 투자 방법

비상장주식은 1) 기존 증권사 HTS·MTS 또는 2) 사설 시장 등 두 가지 경로를 통해 거래합니다.

기존 상장주식 거래처럼 HTS/MTS로 편리하게 사기 위해서는 K-OTC라는 금융투자협회에서 운영하는 제도권 장외시장을 이용할 수 있는데요, 종목 수가 적어 우리가 찾는 ‘핫한’ 기업은 거의 없다는 치명적 단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비상장 주식을 ‘당근마켓’처럼 거래하는 사설 장외 시장으로 향합니다. 대표적 시장은 ‘증권 플러스 비상장’과 ‘38커뮤니케이션’입니다. 두 시장은 모두 이용자가 1:1로 가격, 수량을 협의해 거래하는 방식이지만 특징이 다릅니다. 38커뮤니케이션은 역사가 오래된 사이트(90년대부터 운영)로 종목도 무제한으로 많아요. 거래 수수료도 없고요. 하지만 간혹 사기를 당할 수 있는 위험이 높죠. 증권플러스 비상장 앱은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삼성증권의 안전거래시스템을 연동했습니다. 대신 수수료율이 1%로 좀 높아요.






카뱅 고평가설, 현실이 되다



에디터는 카카오뱅크의 상장(2021년 8월 6일)을 앞둔 7월 말 비상장 주식 거래 앱에 접속했다 깜짝 놀랐습니다. 카카오뱅크의 장외 가격이 7만8,000원으로 하락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후에도 주가는 내림세였고 상장 당일에는 7만4,400원에 장을 마감했습니다. 이 종목의 주가는 8월 19~20일 이틀을 제외하면 종가 기준으로 단 한 번도 9만 원 대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이후로도 주가는 많이 하락할 것으로 보였고 공모가의 2배 가격으로 투자한 에디터는 8만 원 대에서 손실을 감수하고 주식을 매도했습니다. 그리고 3월 25일 현재 카카오뱅크의 주가는 5만원 대 초반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패인은 에디터 자신에게 있습니다. 투자 초보자이면서 비상장 주식이라는 고위험 투자를 너무 쉽게 결정해버렸죠. 7월 중순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3만9,000원으로 결정된 카카오뱅크의 공모가에 대해 우려 섞인 보고서를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정태준 유안타 증권 연구원은 ‘플랫폼 이전에 은행이다’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카뱅은 비대면 영업이지만 은행법이 요구하는 규제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국내 은행과 차별화할 만한 비은행 서비스로 확장이 어렵기 때문에 공모가가 과도하다는 설명이었죠. 실제로 공모가로 계산해도 시가총액이 48조 원인데 이는 KB금융 시총(21조원)의 2배 이상입니다. 이 부분을 한 번이라도 점검했다면 투자를 쉽게 결정하지 못했겠죠?

장외시장 입장 전 점검할 것



에디터처럼 비상장 투자에 섣불리 뛰어들지 않기 위해서는 몇 가지를 점검해야 합니다.

우선 해당 기업의 상장이 확실한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업 상장은 IPO 주관회사 결정 ?? 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 청구 ?? (심사 통과 후) 기관투자자 수요 예측 ?? 공모가 확정의 절차로 이뤄집니다. 이 과정에서 상장은 얼마든지 중단될 수 있습니다. 올해 1월 현대엔지니어링 역시 수요 예측에 실패하면서 상장을 철회했죠. 덕분에 장외에서 13만 원 대였던 주가가 6만 원 대까지 떨어졌습니다.

가격 적정성도 따져봐야 합니다. 물론 기업 내부인이 아닌 이상 가격 적정성을 확신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런 이유로 증권플러스 비상장 주식 앱에서는 종목의 시가총액을 계산해 보여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시가총액을 대략적으로 확인하고 동종 업계의 1, 2위 기업과 비교해 현재의 주가가 과하지 않은지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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