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입문은 중2 때, 미국 무대는 20대 중반을 넘어서 진출한 ‘늦깎이’ 안나린(26)이 올해 신인 중 가장 먼저 우승할 기회를 잡았다.
안나린은 27일(한국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칼즈배드의 아비아라GC(파72)에서 계속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JTBC 클래식(총상금 150만 달러) 3라운드에서 3언더파 69타를 쳐 중간 합계 11언더파 205타로 단독 2위에 이름을 올렸다. 2라운드 공동 4위에서 순위를 끌어올린 안나린은 14언더파 단독 선두인 직전 대회 우승자 나나 마센(덴마크)을 3타 차로 추격했다. 역전 우승하면 올 시즌 LPGA 투어 3개 대회 출전 만에 첫 우승이고 올해 신인 중에서도 1호 우승 기록을 쓴다.
안나린은 2020년 가을 전까지 무명에 가까운 선수였다. 국가대표나 상비군 경험은커녕 주니어 시절 우승 기록도 없다. 잠재력이 폭발한 것은 2020년 10월부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데뷔 3년 만에 첫 승을 올렸고 한 달도 안 돼 2승째를 챙겼다. 지난해는 우승이 없었지만 국내에서 열린 LPGA 투어 대회에서 우승 경쟁 끝에 공동 3위를 하더니 12월 LPGA 수능 격인 퀄리파잉(Q) 시리즈를 당당히 1위로 통과했다. 마지막 날 5타 차를 뒤집는 대역전극을 펼쳐 더 짜릿했다.
LPGA 투어 데뷔전인 게인브리지 대회에서 공동 34위, 두 번째 대회인 드라이브온 챔피언십에서 공동 37위로 예열을 마친 안나린은 세 번째 대회 만에 우승 상금 22만 5000 달러를 바라볼 위치에 올랐다.
안나린은 이날 이글 1개와 버디 5개를 챙기고 보기 1개와 트리플 보기 하나를 범했다. 짧은 파4인 16번 홀에서 1온에 성공한 뒤 4~5m 이글 퍼트를 넣어 공동 선두에 올랐는데 마지막 18번 홀(파4)에서 한꺼번에 3타를 잃고 쓴 웃음을 지었다. 러프에서 친 두 번째 샷이 왼쪽으로 빗나가 나무 밑에 박히는 바람에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하고 카트 도로 옆 흙 바닥에서 네 번째 샷을 했다. 하지만 공은 코스로 올라가지 못하고 앞쪽 카트 도로에 멈췄고 다섯 번째 샷으로 빠져나온 안나린은 2퍼트로 마무리했다. 안나린은 “일은 벌어졌기 때문에 그냥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적은 스코어로 마무리할까 하는 생각만 했다”며 “사흘 간 경기 했던 것을 생각하면서 나 자신의 플레이에 집중하고 좋은 모습 보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2타를 줄인 고진영(27)은 10언더파 공동 3위다. 전날 1언더파 71타를 쳐 연속 60대 타수 행진을 16라운드로 마감한 고진영은 연속 언더파 기록은 이날까지 33라운드로 늘렸다. 공동 2위였던 신인 최혜진(23)은 타수를 줄이지 못해 공동 6위(9언더파)로 내려갔다.
전인지(28)와 김인경(34)은 각각 8언더파 공동 11위, 7언더파 공동 15위다. 디펜딩 챔피언 박인비(34)도 15위다.
이정은(26)은 3번 홀(파3)에서 홀인원을 터뜨렸다. 97야드 거리에서 50도 웨지로 친 티샷이 그대로 들어갔다. 이정은은 “생애 세 번째인데 대회에서 홀인원은 처음”이라며 기뻐했다. 그는 6타나 줄여 공동 65위에서 공동 20위(6언더파)로 수직 상승했다. 이날 3번 홀에서는 이정은 외에 릴리아 부(미국)와 켈리 탄(말레이시아)까지 3명이 에이스를 작성하는 ‘홀인원 파티’가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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