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제안한 칩4 동맹 제안은 우리 정부와 반도체 기업들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기업은 중국에서 핵심 반도체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데다 현지에는 우리 업체들이 간과할 수 없는 세계 최대의 반도체 시장이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국제 문제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정부 역할이 상당히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국내 반도체 업체들에 상당히 중요한 시장이다. 시장조사 업체 IBS에 따르면 세계 반도체 시장의 절반가량인 2991억 달러가 중국에서 소비된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만큼 현지 시장은 물론 세계 곳곳에서 중국에서 조립한 전자 제품을 소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중국에서 반도체 공장을 운영 중이다. 삼성전자는 유일한 해외 메모리 반도체 기지인 시안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낸드플래시가 생산된다. 생산 능력은 12인치 웨이퍼 기준 월 26만 5000장 정도로 삼성전자 전체 낸드플래시 생산량의 42%를 차지한다.
SK하이닉스도 중국 우시 공장에서 D램을 생산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우시 공장에서 12인치 웨이퍼 기준 약 17만 장의 웨이퍼를 생산하는데 이는 SK하이닉스 전체 D램 생산량 중 47%가량을 차지한다. 게다가 우시에는 SK하이닉스시스템아이씨가 8인치 웨이퍼 파운드리 이설 작업을 진행하고 있고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 공장이었던 다롄 팹까지 SK하이닉스 소유가 되면서 회사의 중국 내 사업 역량이 강화되는 추세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미국의 ‘칩4’ 동맹 제안을 수용할 경우 중국의 불만이 커져 예상치 못한 보복이 불 보듯 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각종 원천 기술을 보유한 미국과의 동맹이 우선이지만 주요 시장인 중국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향후 정부의 기민한 대응이 상당히 중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부와 시장이 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도록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회장은 “주요국에서는 대통령이 반도체 공급망을 집중 관리하는 만큼 새 정부도 대통령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면서 문제를 해결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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