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서울 금천구에 위치한 SK박미주유소 2층으로 들어서자 친환경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 설비가 양옆에 일렬로 늘어서 있었다. 7대의 셀 스택 설비와 2대의 인버터·변압기 등이 내뿜는 바람 소리가 건물 한 층을 가득 메웠다. 얼핏 보기에는 평범한 주유소지만 SK에너지는 이곳에서 분산 전원을 통해 친환경 전기를 생산하는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을 운영 중이다.
SK에너지는 2월 산업통상자원부와 추진한 분산 에너지 활성화 전략 과제로 국내 1호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을 SK박미주유소에 개소했다.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은 태양광과 연료전지 발전 설비를 통해 친환경 전기를 생산해 전기차 충전에 사용하는 주유소 기반의 혁신 사업 모델이다. 산업부는 지난해 6월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수요지 인근에서 태양광·풍력 등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분산 에너지 활성화 전략을 발표했다.
이곳에서 SK에너지는 20.6㎾의 태양광과 300㎾의 연료전지를 활용해 전기를 만들어낸다. 연료전지는 수소를 공기 중 산소와 화학 반응을 시켜 전기를 생성하는 에너지 동력원이다. 반응 물질인 수소와 산소를 외부로부터 공급받기 때문에 배터리와 달리 충전이 필요 없다. 이승엽 SK에너지 솔루션앤플랫폼추진단 팀장은 “연료전지는 전기 축적 기능이 없어 과충전에 따른 발열 가능성이 없고 세라믹이나 금속 소재로 구성돼 화재나 폭발 가능성이 없어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에너지 스테이션 건물에서 사다리로 연결된 지붕에는 태양광 패널이 깔려 있다. 기존에 운영하던 주유소의 부지와 구조를 고려해 태양광발전 설비를 설치했기 때문에 공간 효율성도 높다. SK에너지는 유동 인구가 많은 서울의 집약적인 공간에서도 2500㎿h에 달하는 전력을 안정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이는 전기차가 약 4만 3000회 충전할 수 있는 규모다.
SK에너지는 분산 발전을 활용한 에너지 스테이션을 전국적으로 확대해나가는 것이 목표다. 앞서 오종훈 P&M CIC 대표도 “친환경 분산 발전과 친환경차 충전이 가능한 약 3000개의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을 전국으로 확대·구축해 탄소 중립 및 수소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역시 주유소·LPG충전소에서 전기차 충전이 가능하도록 전환하겠다고 공약을 내건 만큼 업계의 기대가 크다.
다만 걸림돌도 있다. 위험물안전관리법 시행규칙에 따라 주유소 안에 연료전지 설치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1호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은 지난해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주유소 연료전지’에 대한 실증 특례 승인을 받아서 실행에 옮길 수 있었다. 이 팀장은 “규제를 개선하기 위해 산업부·서울시와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며 “주유소 내 전기차 충전 설비 규제가 완화되면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을 전국적으로 확산해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전력 자립률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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