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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임대료·관리비로만 매달 32억 넘게 쓴다

■본지, 106곳 정보공개 청구

부처 입주할 청사 수요예측 실패

'계약비밀' 이유로 공개 거부까지

실제 지출한 금액은 더 많을듯





정부 부처와 산하기관들이 건물 임대료와 관리비 명목으로만 매달 32억 원 넘게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부처와 관련 기관들이 입주해야 할 청사 수요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탓에 적지 않은 예산이 매달 임대료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서울경제가 정부 부처와 산하기관 등 106곳을 대상으로 정보공개 청구를 진행한 결과 이들 기관이 민간 건물주에게 월세·관리비 명목으로 지출하고 있는 금액은 매월 32억 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부 부처의 경우 월세만 공개하고 관리비를 공개하지 않거나 부가가치세를 제외한 월세만 공개하고 있어 실제 지출 금액은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부처 가운데 가장 많은 월세와 관리비를 내는 곳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매달 4억여 원을 지출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경우 매달 월세와 관리비 명목으로 3억 원가량을 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월세로만 매달 1억 1945만 원을 쓰고 있다. 다만 관리비에 대해서는 ‘변동 관리비’라며 공개하지 않았다. 인사혁신처는 월세 9900만 원과 관리비 4300만 원 등 매달 1억 4200만 원을 냈다. 환경부는 세종시 내 4개 빌딩의 임차료와 관리비로 8284만 원을 지출하고 있다.



서울에 위치한 각종 위원회들 역시 매달 억 단위의 월세와 관리비를 부담하고 있다. 서울 중구에 사무실을 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와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는 각각 매달 1억 9211만 원과 1억 2841만 원을 월세와 관리비로 지출했다. 마찬가지로 서울 중구에 위치한 ‘원자력안전위원회’와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도 임대료·관리비로 1억 4270만 원과 1억 2665만 원을 내는 것으로 조사됐다.

‘계약 비밀’이라는 이유로 월세·관리비를 공개하지 않는 곳도 적지 않았다. 법률구조공단의 경우 특성상 전국 80여곳에 민간 건물을 임차해 사무실로 운영하고 있지만 임대인의 사생활과 영업상 비밀을 들어 단 한 곳의 월세·관리비도 밝히지 않았다. 행정안전부도 KT&G 세종타워와 서울 플래티넘빌딩 등에 사무실을 임차하고 있지만 계약서를 핑계로 공개를 거부했다.

매달 수억 원의 돈이 월세와 관리비로 빠져나가고 있지만 이를 중점 관리하는 부처가 없다는 점도 문제다. 현재 정부청사관리본부가 중앙행정 기관의 민간 임차 현황을 파악하고는 있지만 임차료와 관리비 등 세부 내용은 해당 기관의 소관 사항이라며 챙기지 않고 있다. 이마저도 위원회와 같은 중앙행정 기관이 아닌 공공기관의 임차 현황은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특별한 성과도 없는데 값비싼 월세 등 유지비를 지출하는 위원회가 상당하다”며 “굳이 서울 시내에 있을 필요가 없는 위원회들도 국민 세금으로 지원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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