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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美, IPEF 이어 칩4 '초강력 카드'…반도체 동맹으로 中 숨통죄기

[美, 韓에 '칩4 동맹' 제안] 對中 '반도체 장벽' 치는 美

바이든 공급망 재편 정책 연장선으로 中 '반도체 굴기' 타격

印太서 동맹국과 무역촉진·노동표준 등 글로벌 규범도 논의

산업·통상이슈 안보와도 직결…새정부 산업통상형 조직 필요

삼성전자 반도체 라인 전경. 사진제공=삼성전자




미국의 칩4 동맹 제안은 세계경제 최대 현안인 반도체 공급망 문제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회심의 카드로 해석된다. 특히 반도체 인프라 투자에 사활을 걸고 있는 중국의 숨통을 조이는 수단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최근 미국은 자유국가들과 경제동맹 관계를 구축하며 중국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경제의 가장 큰 화두는 반도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비대면 및 차량용 반도체 수요 급증으로 세계시장은 그야말로 ‘패닉’ 상태에 빠졌다. 손톱만 한 칩이 없어서 자동차 생산 라인 가동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게 된 것이다.

미국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선봉장을 자처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월 대통령으로 취임하자마자 미국 반도체 공급망 재편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아시아가 반도체 생산 인프라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불균형을 깨뜨리면서 미국으로 기술 패권을 가져오겠다는 포부였다.

그는 미국의 최대 반도체 업체인 인텔부터 삼성전자·TSMC 등 내로라하는 반도체 업체 고위 관계자들을 초청해 화상회의를 주재하며 반도체 공급망 현황을 점검하는 모습도 보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4월 반도체 웨이퍼를 들고 글로벌 주요 반도체 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한 반도체 공급망 화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행정부가 꺼내든 ‘칩4’ 동맹은 반도체 공급망 재편 정책의 연장선이다. 세계 최고의 반도체 선진국들과 손을 잡으면서 반도체 공급망 강화를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애플·엔비디아·인텔 등 미국 최고 반도체 기업과 공고하게 협력하는 삼성전자·TSMC와의 동맹이 미국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또 핵심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기술을 보유한 일본과 탄탄한 동맹 관계를 구축하면 각종 원재료를 미국으로 원활하게 수입할 수 있을 것이라는 아이디어도 녹아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칩4 동맹을 추진하는 가장 중요한 배경은 중국 견제다. 중국은 최근 수년간 ‘반도체 굴기’ 기조 아래 반도체 업체들을 육성하는 정책을 공격적으로 펼치고 있다. 중국 최대의 칩 위탁 생산(파운드리) 업체 SMIC는 생산능력 강화를 위해 올해 역대 최대 연간 투자 금액인 50억 달러(약 6조 원)를 신규 투자한다. 중국 2위 파운드리 화훙반도체는 재원 조달 및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중국판 나스닥으로 불리는 커촹반 상장을 추진 중이다.

YMTC의 128단 낸드플래시. 사진제공=YMTC


메모리반도체의 경우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와 창신메모리(CXMT)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2020년 128단 낸드플래시 개발 발표로 반도체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YMTC는 올 상반기 내에 세 번째 공장 준공을 완료할 것으로 알려진다.

미국은 중국의 이러한 가파른 성장에 제동을 걸고 있다. 첨단 반도체 장비인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세계에서 독점 생산하는 ASML이 중국에 EUV 장비를 팔지 못하게 하는 등 반도체 원천 기술이 현지로 들어갈 수 없도록 갖은 제재를 가하고 있다.

칩4 동맹은 이러한 중국 견제 기조에 방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칩4 동맹이 성사될 경우 중국을 둘러싸고 있는 한국과 일본·대만과 협력을 강화해 중국의 반도체 생태계를 더욱 거세게 압박할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미국은 최근 ‘칩4’처럼 자유국가들 간 끈끈한 동맹으로 중국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이 추진하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가 대표적이다. 미국은 IPEF를 통해 △무역 촉진 △공급망 회복 △청정에너지 △노동 표준 등에 관한 글로벌 규범을 회원국과 논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사실상 인도태평양 지역 내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렇듯 미국과 중국 주도로 각종 산업 이슈가 정치·외교 문제에 엮이는 ‘경제 안보’ 시대가 열리면서 한국도 실리를 찾아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산업과 통상 정책을 긴밀하게 연계할 수 있는 정부 조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새 정부의 조직 개편을 앞두고 통상 기능 이관 여부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주요 경쟁국 정부가 갖추고 있는 ‘산업통상형 조직’을 운영해야 한다는 전문가 주장에 힘이 실린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22일 한국무역협회 주최로 열린 ‘신정부 통상 정책 심포지엄’에서 “최근 통상 정책이 공급망, 기술 동맹 등 비전통 통상 의제와 긴밀히 연계되면서 산업통상형 조직의 장점이 부각되고 있다”며 “통상 정책을 외교와 안보의 수단으로만 강조하면 국부 창출이라는 산업적 측면을 놓치게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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