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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만 주주인데 5명 참석…'카카오 주총' 이래도 되나

접근성 떨어지는 '제주 주총' 고집

남궁훈 대표등 신규 임원 참석안해

형식적인 주총으로 20분만에 끝내

'주주친화 정책 강화' 진정성 의문

"공감없는 주총 행보는 문제" 지적

카카오 본사가 있는 제주 제주시 영평동 스페이스닷원. 29일 주주총회를 위해 잠시 개방했지만 창문 너머 보이는 사무실 곳곳이 텅텅 비었다. 사진=박현익 기자




29일 카카오(035720) 본사가 있는 제주시 스페이스닷원. 국내 시가총액 7위 기업의 본거지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창문 너머 보이는 사무실 곳곳이 텅텅 비어 있었다. 진입로는 오랜 기간 폐쇄한 탓인지 ‘코로나19로 출입을 막는다’는 문구와 함께 철제 바리게이트가 세워졌고 주주총회가 열리기 하루 전인 28일만 해도 모든 입구가 철저히 통제된 상태였다. 이날에야 차량 한 대가 드나들 정도의 통로가 생겼다. 주총장에서 만난 한 카카오 직원은 “임직원 대부분이 판교나 서울에서 일하기 때문에 스페이스닷원은 사실상 쓰지 않는 건물”이라며 “별다른 용도 없이 방치된 지 한참됐다”고 말했다.



이날 스페이스닷원 1층 멀티홀에서는 남궁훈 신임대표에 대한 이사 선임 등 회사 주요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한 정기주총이 열렸다. 주총장에는 200석 가까운 자리가 마련됐지만 참석한 인원은 열 댓명에 불과했다. 기자 몇명과 카카오 직원들을 제외하면 순수 주주는 5명 안팎이었다. 오전 9시에 열린 주총은 의장 인사와 지난해 감사·영업 보고, 8건의 안건 의결까지 모든 절차가 눈 깜짝할 새 끝나 시작 20분 만에 마쳤다.

카카오는 지난해 개인 투자자가 200만 명에 이르며 ‘국민주’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매년 아무도 가지 않는 제주 본사에서 ‘깜깜이’ 주총을 열어 주주 소통에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 오너 등 주요 리더들이 나와 주주들의 목소리를 듣고 각종 질문에 답하는 일반적인 기업 주총과 다른 모습이다. 카카오 주총은 이날로 임기를 마치는 여민수 전 공동대표의 인사말과 구색만 갖춘 형식적인 의사진행이 전부였다. 사내이사 임명과 함께 새롭게 공식 직책을 부여 받은 남궁 대표와 김성수 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CAC) 센터장 등 주요 경영진 모두 주총에 참석하지 않았다. 남궁 대표는 앞서 내정 후 “주가 15만 원 회복까지 최저임금만 받겠다”고 발표하는 등 주주가치 제고에 힘쓰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날 주총에서 만큼은 진정성이 떨어졌다는 평가다.



14일 경기 성남시 네이버 본사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 이후 최수연 신임 대표(CEO)와 한성숙 전 대표가 퇴장하고 있다. 사진 제공=연합뉴스


동종업계 네이버와도 대비된다. 네이버는 지난 14일 경기 성남시 정자동 사옥에서 주총을 열고 최수연 신임대표에 대한 사내이사 임명건을 처리했다. 당시 최 대표는 선임 전이지만 주총에 나와 주주들에게 인사를 하고 앞으로의 경영에 대한 비전을 제시했다. 아울러 채선주 신임 사내이사와 김남선 신임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비롯해 임기를 끝내는 한성숙 전 대표(현 유럽사업개발 대표), 박상진 전 CFO(현 네이버파이낸셜 대표) 등 경영진이 나와 주주를 맞았다. 네이버에 따르면 200석 자리가 마련된 주총장에는 약 80명의 주주가 참석했다.

카카오 측은 본사가 제주에 있기 때문에 제주에서 주총을 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는 서울·경기에 본사가 있는 다른 기업과 달리 제주 스페이스닷원이 가지는 상징성이 있다”며 “또 지금까지 전자투표를 통해 주주들이 의사표현을 할 수 있게끔 해서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고 했다. 신임 사내이사들이 나오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아직 직책이 없는 상태에서 나올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코로나로 재택근무를 하다 보니 스페이스닷원과 스페이스닷투 모두 운영할 필요가 없게 됐다”며 “스페이스닷원은 임시로 사용하지 않는 것이고 직원들이 출근할 경우 스페이스닷투를 이용하고 있다”고 했다. 카카오 제주 본사는 스페이스닷원과 스페이스닷투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반드시 본사에서만 주총을 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005930)는 지난 2019년까지 본사가 수원에 있는데도 정기 주총을 매년 서울 서초사옥에서 열었다. 2020년부터는 소액주주가 많이 늘어 더 큰 장소를 마련하기 위해 수원컨벤션센터에서 개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또 온라인 중계를 통해 주주들이 실시간으로 질문하고 답변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김우찬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새로 선출된 경영진이 주주에게 인사를 하고 주총장에 나오는 것은 상식적인 일”이라며 “카카오는 계속 자신들만의 방식을 고수하는데 아무도 공감할 수 없는 행보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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