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현모 KT(030200) 대표가 주주총회를 통해 ‘지주형 회사 전환’에 대한 의지를 공식화했다. KT 본사를 지주형으로 바꿔 주가를 부양하겠다는 의도다. 임기 3년차를 맞는 구 대표가 디지코 사업구조 전환과 주가 상승으로 연임 시도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따른다.
구 대표는 31일 서울 서초구 우면동 KT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린 제40회 정기주주총회에서 지주회사 개편에 대한 주주 질의에 “지주회사는 아니지만 지주형으로의 전환에 분명한 관심이 있다”며 “사업구조 조정 등 지주형 전환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고 이를 통한 주가 상승 여력이 있다”고 밝혔다.
KT는 최근 콘텐츠 사업을 총괄할 ‘스튜디오지니’, 클라우드 사업을 맡는 ‘KT클라우드’를 분할하는 등 주요 사업을 별도 법인화하고 있다. 주요 자회사 기업공개(IPO)도 예정돼 있다. 구 대표는 “연내를 목표로 밀리의서재와 케이뱅크 IPO를 준비 중”이라며 “BC카드 등을 포함한 몇몇 회사들도 상장을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주가 부양에 대한 의지도 재차 강조했다. 구 대표는 “올해 KT 주가가 15% 상승했지만 아직도 실제 가치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지주형 전환과 IPO 등을 감안하면 여전히 상승 여력이 있다고 본다”고 했다.
구 대표는 올해 임기 3년차를 맞는다. 구 대표는 연임 여부에 대한 말을 아끼고 있지만, 업계는 구 대표의 연임 의지가 강력하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구 대표는 이날 “올해도 매출 성장과 질적 이익 개선으로 기업가치 제고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주가와 배당을 올리겠다”고 강조하며 주주들의 ‘표심잡기’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KT는 이날 주총을 통해 전년보다 41.5% 증가한 주당 1910원의 배당금을 확정했다.
다만 지난해 하반기 벌어진 통신 장애와 각자 대표에 오를 예정이던 박종욱 KT 안전보건총괄(CSO) 대표의 낙마 등은 악재다. 지난 1월 중대재해법 시행을 앞두고 CSO를 맡게 된 박 대표는 이날 각자대표로 재선임 될 예정이었지만 ‘일신상의 이유’를 들어 자진사퇴했다. 업계는 박 대표가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과 의결권 자문자 ISS 등의 반대에 따라 사퇴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구 대표가 본격적으로 추진한 ‘디지코’ 체질 개선이 올해 들어 주가 상승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사내외적 잡음이 있지만 기업 본질인 가치 상승으로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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