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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소비 짓누르는 인플레…비축유 너무 많이 방출해도 리스크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높은 인플레가 소비를 위축시키고 있다. AFP연합뉴스




31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전날 알려진 대로 하루 100만 배럴의 역대 최대규모의 전략비축유를 방출하겠다고 하면서 유가가 낮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지출이 둔화하고 우크라이나에서의 리스크가 계속되면서 하락했습니다. 나스닥이 1.54% 내렸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1.57%와 1.56% 떨어졌는데요.

이날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중시하는 2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나왔습니다. 앞서 전년 대비 7.9%라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확인한 다음이라 절대 수치 자체보다는 미국 내 소비 흐름에 관심이 쏠렸는데요. 오늘은 2월 PCE와 앞으로의 경기, 비축유 방출의 의미를 알아보겠습니다.

개인소비 0.2% 증가 그쳐…실질 가처분소득도 -0.2%


우선 2월 PCE가 전월 대비 0.6%, 전년 대비 6.4% 증가했다는 것은 이미 접하셨을텐데요. 에너지와 식품을 뺀 근원 PCE는 전월 대비 0.4%, 1년 전과 비교하면 5.4% 늘었습니다. 연준이 세워 놓은 평균 2%의 물가목표의 기준이 근원 PCE이기 때문에 이와 비교하면 2배 이상 현재 물가가 높은 건데요. 1983년 이후 최고라는데 CPI에서 높은 수치와 몇 십 년 만에 최고라는 수치를 많이 봐왔죠.

그래서 소비에 좀더 관심이 쏠리는데 2월 개인소비지출이 전월 대비 0.2% 커지는데 그쳤습니다. 전망치인 0.5%를 밑돈 건데요. 1월(2.7%)과 비교하면 감소세가 큽니다.

가처분소득은 0.4% 늘어나 예상치(0.5%)보다 낮았습니다. 물가를 감안한 실질 가처분소득은 -0.2%로 1월(-0.4%)보다는 나아졌지만 계속해서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죠.

이유는 인플레이션 탓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실업률이 떨어지고 기업들이 앞다퉈 고용을 늘리면서 2월 가계소득이 늘었지만 물가가 더 빠르게 상승했다”며 “이 때문에 경제의 핵심동력인 소비자 지출 증가세가 2월에 급격히 둔화했다”고 짚었습니다.

미국의 2월 PCE 주요 내용.


미국은 소비가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합니다. 소비지출만 보면 지난해 11월 전월 대비 0.5%에서 12월 -0.9%로 나빠졌다가 1월에 2.7%로 좋아졌는데 이번에 다시 0.2%로 주저앉은 것이죠. 전월 대비 지표는 최근의 흐름을 이해하는데 좋은데 2.7%가 0.2%가 됐다는 것은 소비 증가흐름이 주춤하고 있다는 뜻으로 볼 수 있습니다. 여전히 큰 틀에서는 소비가 굳건하지만 좋지 않은 신호라고 볼 수 있는 것이죠. 알렉스 린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이코노미스트는 “앞으로의 전망은 확실히 예전만큼 장밋빛은 아니”라며 “성장이 둔화하면서 소비 지출도 둔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또하나 봐야할 것은 소비지출의 대상이 상품에서 서비스로 바뀌고 있다는 점인데요. 2월에 서비스 지출은 0.9% 늘어난 반면 상품은 1% 감소했습니다. 항공사들은 여행과 비즈니스 출장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하고 크루즈업체 버진 보야지는 예약 수요가 1월 이후 125% 폭등했다고 하는데요.

요약하면 소비가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는 와중에 지출의 대상은 변하고 있는 것이죠. 문제는 이렇게 소비를 옥죄는 인플레이션이 앞으로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건데요. 서비스 지출 증가는 서비스 인플레 상승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PNC 파이낸셜 서비스의 거스 파우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일으킨 에너지 가격 상승에 3월 인플레이션은 더 높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대규모 방출, OPEC 심기 건드릴 가능성…시설 오래돼 기술적 문제도


에너지 가격 상승과 관련해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밝힌 대로 하루 100만 배럴 증산에 나서면 많이 줄어들지 않겠느냐 이렇게 볼 수도 있는데요. 바이든 대통령의 구상은 미국 업체들이 석유를 증산하는 시간을 벌기 위해 하루 100만 배럴씩 6개월 동안 1억8,000만 배럴을 방출하겠다는 것이죠.

그런데 이게 말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우선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같은 주요 산유국 모임인 OPEC+가 미국의 증산방침이 알려진 이후 5월에 하루 43만 배럴씩 증산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사실 지난해 8월부터 OPEC+는 하루 40만 배럴씩 증산한다고 해왔습니다. 즉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원유금수 얘기가 나오는 과정에서 유가가 치솟는데도 고작 3만 배럴 더 늘리겠다고 한 셈인데요.

현재 전 세계에서 증산할 수 있는 국가는 사우디아라이비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들이 쉽게 움직이지 않는 거죠. ‘3분 월스트리트’에서 전해드렸듯 사우디와 UAE는 군사, 인권 문제로 미국과 사이가 틀어진 상태입니다. 미국이 시아파 국가인 이란과 관계 개선을 하려는 것도 못마땅하구요.

미국이 하루 100만 배럴의 비축유를 방출하면 OPEC+는 더 움직이지 않으려고 할 겁니다. 미국의 총알이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겠죠. 비축유는 무한정 나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한계가 있는 것이고 시간은 OPEC+의 편일 테니까요. 대규모 비축유 방출은 OPEC의 심기를 건드릴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할 수 있으면 혼자 잘 해봐라 이렇게 나올 수 있는데요. 에드워드 벨 에미리츠 NBD의 선임 디렉터는 “미국이 비축유 방출을 한다고 하면서 OPEC+가 생산규모를 더 늘리려하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은 공급이 되지 않는 시장이며 상당한 공급쇼크가 예상된다”고 했습니다.



미국의 대규모 전략비축유 방출은 OPEC의 심기를 건드릴 가능성이 높다. 로이터연합뉴스


국제원유 시장의 구조적 문제는 결국 공급확대로 풀어야 하는데요. 골드만삭스는 “비축유 방출이 올해 시장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구조적인 문제는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특히 비축유를 많이 방출하면 유가 하락에 셰일 업자들의 생산이 다시 줄어들 수 있고, 추가로 내년에는 비축유를 다시 채워야 하는 순간이 온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인데요. 전략비축유니까 쓰면 다시 채워야 합니다.

물론 시간을 두고 하겠지만 내년부터는 다시 수요가 크게 늘어나면서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이죠. 비축유를 많이 방출한다고 해서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겁니다. 적어도 문제지만 많아도 문제인데요.

시설 노후화를 거론하는 쪽도 있습니다. 블룸버그통신은 “텍사스와 루이지애나의 소금 동굴에 있는 네개의 저장고에 5억6800만 배럴이 있는데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만들어진 탓에 탱크가 무너지고 파이프가 일부 부식돼 있다”며 “에너지부의 2016년 추정에 따르면 시나리오에 따라 하루 최대 256만 배럴에서 최소 28만 배럴을 처리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시설 노후화에 100만 배럴 정도의 비축유를 바로 방출할 수도 있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기대에 못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건데요. 그동안 비축유 방출을 조금씩 할 때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지금은 양이 많아서 상황이 다를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과거 비축유 방출분의 경우 황화수소가 많고 품질이 좋지 않다는 불만이 많았다고도 하네요.

금리상승에 임대료·인플레 더 오를 가능성…BofA “S&P 4000~4700 전망 유지”


정리하면 미국 정부의 전략비축유 방출은 규모 측면에서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실질적인 효과를 내겠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산유국들의 반발과 제때 공급이 이뤄질지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는 휘발유 안정효과가 생각만큼은 안 나타날 수 있다는 뜻이고 인플레이션도 계속 꿈틀댈 가능성이 높다는 말인데요.

실제 이제 시작된 금리인상이 물가의 주요 요소인 임대료를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플로리다 탬파와 워싱턴의 스포케인, 테네시의 녹스빌 같은 곳은 임대료가 1년 전과 비교해 최대 30%까지 올랐는데요. 아파트 리스트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이고르 포포프는 “올 봄이나 여름까지는 높은 임대료 상승세가 계속될 것”이며 “이는 임금 상승세가 이어지는 한 그렇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급여를 받으면 많이 쓰는 지출항목 가운데 하나가 임대료인데요. 집값 상승에 임대료가 오르고 이 때문에 급여를 올려받는데, 급여가 오르면 월세를 부담할 능력이 다시 생기기 때문에 집주인이 또다시 임대료를 올리는 악순환이 가능하다는 얘기죠.

눈여겨 봐야할 건 금리인상이 시작될 경우 새집을 짓는데 부담이 커져 공급이 줄고 기존 임대료가 더 상승할 수 있다는 부분인데요. NYT는 “단기적으로 더 높은 금리는 주택구입 부담을 높여 일시적으로 임대 수요를 늘릴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뱅크스 BofA 부회장은 연준이 5월에 0.25%포인트의 금리인상과 QT를 함께 발표하는 선에서 마무리 지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렇다 보니 증시에 대한 시각도 조심해야 한다는 쪽이 많아지고 있는데요. 케이스 뱅크스 BofA 부회장은 이날 미 경제 방송 CNBC에 “기업 어닝이 줄고 인플레이션과 금리가 오르면 역사적으로 증시에는 굉장히 힘든 도전”이라며 “이것을 종합해 반영한게 올해 S&P 전망치 4000~4700이며 이 시각을 지금도 유지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는 연준이 5월에는 0.25%포인트 금리인상과 양적긴축(QT)을 함께 발표하고 6월과 7월, 0.5%포인트 금리인상을 거쳐 내년 5월에는 금리가 3~3.25%가 될 것이라고 봤는데요. 조시 브라운 루트홀츠 웰스매니지먼트 최고경영자(CEO)는 “지금까지 시장이 긴축에 잘 대응해왔지만 만약 연준이 대차대조표를 줄이기 시작하면 그것인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습니다.

물론 계속해서 ‘3분 월스트리트’에서 전해드린 대로 금리역전과 경착륙 우려에도 경기침체는 지금으로부터 1~2년 뒤에 올 것이며 그동안 증시는 강할 수 있다는 말도 계속 나오는데요. 체리티스의 짐 레벤탈은 “나는 강세론자고 시장을 조심스럽게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고 했고, 앤드류 시츠 수석 복합자산 전략가는 “수익률 역전이 내년에 경기둔화를 말하는 것이라고 보지만 (역전) 이후에도 증시는 12~18개월 한동안 상승할 수 있다고 본다”고 했지요.

UBS는 시장 반등의 가장 큰 리스크가 유가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시장을 떠받치는 요소가 하나둘씩 줄어들고 있고 경기침체가 1~2년 뒤 올 수 있다는 경고를 고려하면 리스크 요인을 잘 점검해야 할 때인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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