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1일 대우조선해양 사장 선임과 관련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모욕적인 브리핑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전날 “현 정부든 다음 정부든 눈독을 들일 자리가 아니다”라는 반응에서 한발 더 나아간 것이다. 지난달 28일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간 회동으로 갈등이 봉합 국면을 맞은 것으로 평가됐지만, 4일 만에 다시 갈등이 재점화됐다는 평가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TBS라디오에 출연해 대우조선해양 사장 인사와 관련 “전날 인수위 수석 부대변인의 브리핑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문재인 정부는 민간기업의 인사에 관여한 바 없다. 관여한 것을 전제하고 몰염치한 극단적 언어를 사용했다”고 쏘아붙였다. 이어 “인수위는 과연 그런 민간기관까지 청와대가 인사권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모욕당하는 느낌”이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또 “두 분께서 회동 분위기 속에 업무 인수인계 노력이 이뤄지는데 찬물을 끼얹는 브리핑을 했고, 청와대가 사실이 아니라고 이렇게 말씀드리면 정중하게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전날 신혜현 청와대 부대변인의 서면 브리핑보다 한발 더 나아간 반응이다. 서 부대변인은 “대우조선해양의 사장 선임에 대해 인수위가 대통령의 이름을 언급하며 비난했기에 말씀드린다”며 “대우조선해양의 사장 자리에 인수위가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다. 대우조선해양의 사장으로는 살아나는 조선 경기 속에서 회사를 빠르게 회생시킬 내부 출신의 경영 전문가가 필요할 뿐, 현 정부든 다음 정부든 정부가 눈독을 들일 자리가 아니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청와대가 격앙된 반응을 보이며 인수위 측에 사과를 요구함에 따라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간 갈등이 재점화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수위 측은 박두선 대우조선해양 신임대표가 문 대통령의 동생과 대학 동창으로 전형적인 ‘알박기 인사’로 보고 있다. 금융위원회에서 현 정부 임기 말 인사를 자제하라는 지침을 내렸는데 산업은행이 이를 강행했다고도 판단하고 있다. 이에 산업은행에 대해 “직권남용 소지가 다분하다”며 감사원에 조사를 요청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함에 따라 당분간 대립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청와대와 인수위 측은 각각 이철희 정무수석, 장제원 비서실장 간 협의를 통해 감사원 감사위원 등 후임 인사를 논의할 예정인데 이 역시 난관에 부딪혔다는 평가다. 양측의 골이 깊어지면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필요한 예산 집행 등 현 정부에서 지원해야 할 업무도 원활히 이뤄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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