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올랐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10달러를 넘나들고 있습니다. 지난달 한국 수출액이 634억달러를 넘어서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지만 에너지 수입액이 더 늘어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올 2분기 전기요금에 적용될 연료비 조정단가를 0원으로 동결했습니다. 아시다시피 우리나라는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자원 빈국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연료비를 동결할 수 있었을까요. 설마 정부가 국민 몰래 유전을 숨겨뒀을까요.
통상 봄이 찾아오는 3월에는 한파가 몰아치는 1월과 비교해 에너지 수입액이 감소합니다. 난방 수요가 감소하고 외부 활동이 늘어나기 때문인데요, 올해는 좀 다릅니다. 지난달 수입액은 1년 전보다 27.9% 늘어났는데 이 중 원유·가스·석탄 수입이 역대 최대치인 161억 9000만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전년 동월(77억 2000만 달러)보다 84억 7000만 달러나 증가한 수치입니다. 역대 2위였던 지난 1월의 159억4000만달러를 넘겼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고유가가 지속됐기 때문입니다. 주요 3대 수입 에너지 가운데 유가(두바이유 기준)는 작년 3월 배럴당 64.44달러에서 지난달 110.93달러로 72% 올랐고, 같은 기간 동북아 천연가스 현물가격(JKM)은 mmbtu(열량 단위)당 8.26달러에서 24.81달러로 200% 치솟았습니다. 석탄(호주산 기준) 가격은 톤당 60.7달러에서 328.2달러로 441% 폭등했습니다.
당분간 원자재 가격 상승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자원의 무기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의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최근 전기차·이차전지 등에 반드시 필요한 보크사이트 수출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러시아 역시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에 맞서기 위해 원유를 공급하는 송유관을 차단했습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 세계적인 ‘자원의 무기화’로 에너지 가격은 중장기적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가 함께 오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부는 지난해 1월부터 연료비에 따라 전기요금을 올리거나 내리는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했습니다. 액화천연가스(LNG)와 유연탄 가격에 따라 석 달에 한 번씩 전기요금을 조정합니다. 에너지 가격 폭등에 전기 생산 단가도 뛰었습니다. 애초 오른 원자재 가격을 반영하면 전기요금은 1KWh당 33원 올라야 합니다. 하지만 급격한 전기료 상승에 따른 가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부는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하며 kWh당 직전 분기 대비 최대 3원, 전년 대비 최대 5원을 연료비 조정단가로 올릴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정부는 2분기 전기요금의 조정단가를 동결해버렸습니다. 최근 5개월 동안 3%대로 치솟은 물가의 영향으로 국민 부담이 크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에 따른 전기료 인상은 없다”는 기조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전기요금 인상 백지화” 공약도 연료비 동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연료비연동제가 유명무실해졌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전기료가 오르지 않으면 좋은 것 아니냐고요. 부담은 고스란히 한전이 떠안게 됩니다. 지난해 한국전력 적자는 5조 8000억원을 넘었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기록했던 역대 최대 규모의 영업손실(2조7980억원)의 2배 수준입니다. 전 세계적인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올해 적자는 20조원을 넘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더군다나 한전의 차입 규모는 재작년 69조7000억원에서 작년 80조5000억원으로 급증했습니다. 한 해 이자만 2조원이고 올해 갚아야 할 차입금은 14조원입니다.
한전의 적자는 고스란히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옵니다. 한전의 대주주는 대한민국 정부(지분의 18.2%)와 한국산업은행(32.9%)입니다. 2008년 2조9000억원의 사상 첫 적자를 기록하자 6680억원의 세금이 투입된 바도 있습니다. 결국 정부의 자신감 뒤에는 국민의 세금이 있었던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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