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경제난이 발생한 스리랑카에서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자 전국에 비상사태가 내려지고 주요 시설에 무장 병력이 투입됐다.
2일 뉴스퍼스트 등 매체에 따르면 고타바야 라자팍사 스리랑카 대통령은 전날 밤 관보를 통해 치안·공공질서 보호, 필수 서비스 유지를 위해 비상사태를 선포한다고 밝혔다. 수도 콜롬보에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수백 명이 거리로 나와 격렬한 시위를 벌인 지 하루 만에 나온 조치다.
지난달 31일 대통령 관저 앞으로 몰려온 시위대는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다, 군·경 차량에 불을 지르고 경찰에 돌을 던지는 등 과격한 양상을 보였다. 스리랑카 정부는 시위가 진정될 조짐이 보이지 않자 콜롬보 주요 지역에 통행금지령을 선포했으며, 경찰은 최루가스와 물대포를 동원해 시위를 진압했다. 이어 비상사태가 선포되자 이날 자동 소총 등으로 무장한 병력을 주유소와 시내 주요 시설에 배치했다.
그러나 스리랑카 시민들은 일요일인 3일 더 큰 규모의 반정부 시위를 예고하고 나섰다. 스리랑카 주재 미국 대사인 한국계 줄리 정은 "스리랑카인들은 평화롭게 시위할 권리가 있다. 이는 민주적 표현을 위해 필수적"이라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모든 면에서 자제하고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경제적 안정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다.
스리랑카에서는 에너지난으로 순환 단전 조치가 이어지면서 최근에는 주민들이 매일 13시간씩 전기 없이 버텨야 하는 상황이다. 보유 외환이 바닥난 정부가 석유·석탄 수입을 제때 하지 못해 화력발전소 가동이 중단된 것이 주요 원인이다. 설상가상으로 건기까지 겹치며 전력 생산의 40%를 차지하는 수력발전도 차질을 빚고 있다. 관광이 주력 산업인 스리랑카의 경제는 2019년 4월 '부활절 테러'에 이어 코로나19사태까지 덮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발전용 연료 가격이 급등하면서 최악의 전력난에 노출됐고, 식료품 가격 등 물가가 급등했다.
한편 스리랑카의 올해 총부채 상환 예정액은 70억 달러(8조5000억원)이지만, 외화보유액은 20억 달러(2조4000억원)에 불과해 '국가 부도 위기'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신용평가사는 지난해 말부터 이미 스리랑카의 국가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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