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자원 부국들이 ‘자원 무기화’ 전략을 펼치면서 광물·에너지 등 원자재에 투자하는 상품이나 관련 기업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수출을 차단하거나 제재를 위해 수입을 금지하는 등 수급이 불안정해지면서 이미 가격이 오른 상태이지만 앞으로도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종식된다 하더라도 신냉전 구도 속에서 자원 공급 불안정이 예고된 상황에서 관련 종목의 상승은 지속될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전망이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 레버리지 천연가스 선물 상장지수증권(ETN) B는 이날 2030원(7.92%) 상승한 2만 7660원에 거래를 마쳤다. 3월부터 이날까지 이 종목의 수익률은 70.58%다. 신한 레버리지 천연가스 선물 ETN과 TRUE 레버리지 천연가스 선물 ETN, KB 천연가스 선물 ETN(H), 대신 천연가스 선물 ETN(H)도 같은 기간 각각 70.41%, 68.16%, 31.68%, 32.01%의 수익률을 보였다. 이들 천연가스 선물 ETN은 다우존스 천연가스 선물 지수를 추종하며 레버리지 천연가스 선물 ETN은 해당 지수의 일일 수익률을 2배로 반영하는 상품이다.
일각에서는 이들 상품이 강세를 보이는 배경에는 자원의 무기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천연가스에 대한 수요는 급증하지만 자원의 무기화로 수급이 불안정해지고 있다.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달 1일부터 러시아 가스 구매 대금을 러시아 통화인 루블화로 결제하도록 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하며 러시아산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국가를 압박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집단 학살 의혹으로 향후 유럽에 대한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전망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공급 불확실성은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푸틴 대통령의 서명 다음 날인 1일부터 이날까지 삼성 레버리지 천연가스 선물 ETN B의 수익률은 40.80%다.
석탄도 같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5일 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석탄 수입 금지를 검토한다고 밝히자 이날 LX인터내셔널은 전 거래일 대비 1000원(2.92%) 상승한 3만 5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LX인터내셔널은 인도네시아에서 석탄 광산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EU가 러시아산 석탄 수입을 전면 중단하면 LX인터내셔널이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끝나더라도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 국면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희토류 등 자원 관련 종목이 강세를 이어갈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세계 희토류 공급의 70% 이상을 점유하는 중국이 희토류를 무기화하려는 움직임도 관련 지수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희토류는 전기차나 스텔스 전투기 등 최첨단 산업에 활용돼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중국은 2020년 12월 희토류를 포함한 특정 물품이나 기술수출을 제한할 수 있는 근거법인 수출통제법을 시행하고 지난해 12월에는 기존 대형 희토류 생산 국유기업 3곳과 국유 연 구기관 2곳 등 총 5개 기관을 통폐합해 중앙정부 산하 국유 기업인 중국희토그룹을 출범시켰다. 중국이 희토류를 전략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희토류 상장지수펀드(ETF)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ARIRANG 글로벌희토류전략자원기업MV ETF는 3월부터 이날까지 1100원(11.62%) 올랐다. 이 ETF는 전 세계 희토류·전략자원 공급 밸류체인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미국 지수 사업자 MVIS의 ‘MVIS글로벌희토류전략자원’ 지수를 추적하며 전 세계적으로 유일한 희토류 ETF ‘REMX’도 이 지수를 추종한다. 황현수 신영증권 연구원은 “미국 등이 중국의 희토류 독점력에 대응하고자 방안을 찾고 있지만 중국 의존도가 높은 것이 현실이다. 최근 중국의 희토류 관련 정책을 보면 중국의 희토류 독점권은 앞으로 더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희토류 가격 상승 요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임은혜 삼성증권 연구원은 “희토류 가격은 주요 생산지인 중국의 정책에 의존할 수 있다”며 “수요를 결정짓는 경기 상황에 따라 전반적 금속 가격의 변동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우라늄 관련주의 행보도 주목된다. 원유와 천연가스를 대체할 에너지로 원자력이 주목받기 때문이다. 5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증시에서 글로벌 X 우라늄 ETF는 25.68달러로 장을 마쳤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인 지난달 23일 종가(21.03달러)보다 22.11%나 뛰었다. 김해인 대신증권 연구원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원유와 천연가스 수급이 불안정해지자 대체에너지로 우라늄이 부각됐다”며 “우라늄에 투자하려는 국내 투자자 입장에서는 미국 ETF가 유일한 대안이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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