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현대차와 기아(000270)의 스페인 법인에 비상이 걸렸다. 올 3월부터 시작된 스페인 물류 대란에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의 판매와 인도가 사실상 ‘올스톱’ 된 것이다. 현대차와 기아 현지 법인은 즉시 수십년간 관계를 밀접하게 유지하던 딜러들과 24시간 연락 체계를 가동했다. 현지 법인에서 딜러들에게 등록 가능한 재고 물량 리스트를 제공해 우선 출고 가능한 차량부터 즉시 공급했다. 우왕좌왕하던 경쟁사와 달리 현대차와 기아는 실시간 연락망을 가동해 스페인 시장 선두인 도요타와 현지 브랜드도 밀어냈다.
6일 스페인자동차제조협회(ANFAC)에 따르면 지난달 스페인 승용차 시장에서 기아와 현대차는 시장점유율을 각각 1·2위로 높이는 성과를 보였다. 지난달 스페인에서는 유가 급등에 항의하는 물류 기사들의 파업으로 물류가 멈춰 현지 전체 자동차 시장 판매량이 급락했다. 3월 스페인 승용차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30% 줄었다.
전기차를 앞세운 기아는 5243대를 판매해 점유율 8.8%를 기록했다. 승용차 기준 시장점유율 1위 기록이다. 기아는 1995년 스페인 시장 진출 이후 처음으로 월간 판매 1위 기록을 세웠다. 특히 기아는 올 1월 영국 시장에서도 진출 31년 만에 월간 판매 1위에 오른 데 이어 유럽 주요 시장에서 판매 1위 자리에 올랐다.
지난 2년간 코로나19 사태와 최근 물류 파업으로 스페인 자동차 시장이 꾸준히 역성장하고 있지만 기아는 반대로 판매량이 늘었다. 실제 올 3월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0.9% 성장했다. 현대차는 지난달 4548대 승용차를 팔아 월간 판매량 2위로 기아 다음이었다.
현대차·기아와 달리 스페인 승용차 시장 선두 기업 도요타는 갑작스러운 물류 대란에 대응하지 못해 월간 판매량에서 5위로 주저앉았다. 지난해 1위 점유율을 기록한 스페인 현지 브랜드 세아트(SEAT)도 물류 대란에 적응하지 못하고 월 판매량 6위를 기록했다.
기아의 스페인 현지 법인 관계자는 “이는 현지 법인과 딜러가 어떤 차가 언제 필요한지 긴밀하게 연락이 돼야 가능한 일로 이 같은 관계 유지는 물류와 별개로 과거부터 챙기고 있었던 사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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