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뢰딩거의 고양이’는 독극물이 있는 밀폐된 상자에 있는 고양이의 생존 여부를 가지고 양자역학의 원리를 설명한 것이다. 이는 양자 물리학의 핵심 성질인 ‘양자 중첩’과 ‘양자 측정’을 설명하기 위해 고안된 실험이다. 상자 안의 고양이는 살아있으면서 동시에 죽어있는 상태(양자 중첩)로 존재할 수 있고, 상자를 열어보는(양자 측정) 순간 생사가 결정된다. 이러한 양자 중첩과 양자 측정은 양자 물리학의 근간이자 양자컴퓨팅, 양자암호통신 등의 안전성을 보장하는 성질이다.
특히 양자 기술은 양자 역학적 원리를 컴퓨팅, 통신 등에 접목하는 기술로 초고속 연산이나 보안 분야 등에서 산업 생태계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게임체인저’로 통한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양자정보연구단 홍성진(제1저자), 임향택, 이승우 박사팀이 양자 측정에서 완벽한 정보 보존 관계식을 최초로 유도하고 검증해냈다고 7일 밝혔다. 양자 기술의 완벽한 안전성을 입증, 필요에 따라 정보 이득, 상태 변화, 되돌림의 양을 조절해 목적에 맞는 양자 측정 설계가 가능해져 양자 컴퓨팅, 양자 암호, 양자 전송 분야에서 최적화 기술로 적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양자 물리학의 측정 이론과 양자 정보의 손실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연구는 측정 세기가 증가해 양자 상태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얻는 행위는 양자 상태를 더 많이 변화시키고, 이로써 약한 측정 이전의 초기 양자 상태로 되돌릴 수 있는 확률이 낮아진다는 새로운 정보 보존 관계를 최초로 증명해냈다는 의의가 있다.
양자 측정과 양자 중첩은 양자 암호 통신 기술의 안전성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측정으로 양자 상태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얻을수록 그 양자 상태는 더 많이 변화(교란)된다. 이는 양자 측정에서의 ‘정보 이득’과 ‘상태 변화’의 보존 관계로 알려져 있으며 양자 기술의 안전성을 보장하는 법칙이다.
약한 측정은 측정하려는 양자 상태를 일부분만 측정하는 방법을 말한다. ‘슈레딩거의 고양이’에서 상자를 다 열어보지 않고 살짝 열어서 고양이의 꼬리만 보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최근 과학계에서는 약한 측정 후 변화된 양자 상태를 초기 상태로 되돌리는 ‘되돌림’ 연산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 때문에 약한 측정에서 발생하는 ‘정보 이득’, ‘상태 변화’ 뿐만 아니라 측정의 ‘되돌림’ 확률까지 모두 통합해 양자 정보의 보전 관계를 증명하는 일이 양자 기술의 완벽한 안전성을 보장하기 위한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연구팀은 되돌림 확률까지 통합한 완벽한 보존 관계식을 이론적으로 유도했다. 편광판과 편광자 등의 선형 광학 소자를 이용해 약한 측정과 되돌림 연산을 구현하고 단일 광자로 구현된 3차원 양자 상태에 적용해 정보 이득, 상태 변화, 되돌림 간의 정보 보존 관계를 검증했다.
임 박사는 “양자 보안은 해커가 양자 측정으로 정보를 얻어내면 그 양자 상태가 깨지는 성질이 있어 원리적으로 안전하다”며 “하지만 해커가 정보를 조금씩 얻어내고 다시 양자 상태를 되돌려 놓을 수 있는 약한 측정을 한다면 해킹이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연구는 해커가 양자 상태를 되돌릴 확률까지 모두 고려해 해커가 정보를 다 빼내려고 하면 되돌릴 가능성이 점점 ‘0’으로 간다는 것 보여준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번 연구 논문은 물리학 분야의 최고 권위지로 꼽히는 미국 물리학회의 ‘피지컬 리뷰 레터스’에 최근 표지논문으로 실렸고 미국 물리학회 홈페이지에 주요기사로 다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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