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젠(069080) 노동조합이 게임업계 사상 첫 파업에 돌입한다.
9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웹젠지회(웹젠위드)가 지난 7일부터 8일까지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파업 찬반 투표가 92.78%의 투표율과 전체 대상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가결됐다. 노조 가입원의 숫자는 공개되지 않았다. 파업 돌입 시기는 아직 미정이다. 노영호 웹젠 지회장은 “향후 파업 계획은 화섬노조 IT위원회와 논의를 거쳐 조율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웹젠 노조는 올해 사측과의 임금교섭이 결렬되자 게임업계 첫 파업이라는 강수를 두게 됐다. 지난 12월 21일부터 진행된 임금교섭에서 노조 측은 최초 1000만원 일괄 인상을 제시했다. 이후 노동위원회의 조정을 거치면서 최소 인상 보장금액을 정하고 평가 등급에 따라 추가 인상 폭을 정하자는 수정안을 내놨다.
하지만 사측은 평균 10% 인상을 고수했다. 이후 중간평가(B등급) 이상을 받은 직원에게는 200만원을 지급한다는 조건을 추가했지만 끝내 노조와의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며 협상이 결렬됐다. 노 지회장은 “지난 5일 사옥 앞에서 김태영 대표와의 대화를 요구했으나 묵묵부답이었다”며 “노조 측에서 타협의 여지가 있다고 밝혔음에도 사측이 협상에 나서지 않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사측은 “인사팀을 통해 지속적으로 노조와 접촉해왔다”며 “임급교섭 결렬을 선언한 것은 사측이 아닌 노조”라고 반박했다.
노조와 사측과의 갈등 시발점은 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웹젠은 지난해 초 게임업계 전반에 연봉 인상 행렬이 이어지자 평균 2000만 원 연봉 인상 계획을 공개했다. 이는 엔씨소프트(1300만원 이상), 넥슨·넷마블(800만 원)의 인상폭을 크게 웃도는 금액이었다.
하지만 ‘평균’ 2000만 원 인상이라는 말에 함정이 있었다는 게 노조의 입장이다. 소수의 임직원들에게 성과금이 집중됐고, 실제 대부분의 직원의 임금 인상은 백만 원 단위에 불과했다는 것. 웹젠 직원들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 노조를 만들었고 지난해 11월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IT 업계에서 파업이 이뤄진 사례는 흔치 않다. 지난 2019년 2월 네이버 노조 ‘공동성명’이 쟁의에 돌입한 게 첫 사례다. 게임업계로만 범위를 좁히면 웹젠이 최초다.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게 되면 당장의 게임 업데이트부터 장기적인 신작 개발까지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파장을 고려해 노조 측도 파업 시기 및 방식에 대해서 신중한 접근을 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 지회장은 “인력이 워낙 부족하다 보니 조합원들 사이에서도 파업 돌입 시 업무 공백을 우려하는 이들이 많다”며 “게임업계 최초 파업인 만큼 파장을 신중히 계산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사측은 파업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웹젠 관계자는 “회사는 지속적으로 노조 측과 소통을 이어가려고 노력할 것이지만, 파업으로 인해 입장을 바꾸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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