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전환기를 맞아 인력 조정 문제가 자동차 업계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미래차의 주축으로 꼽히는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함에 따라 인력 수요 감소도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시장 대응에 한발 늦은 업체들은 당장 일감이 줄자 전환 배치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고용 안정이 절실한 노조와 회사 간 줄다리기도 격화하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GM은 이달 7일 노조와 고용안정특별위원회 4차 협의를 열어 올 11월 차량 생산이 종료되는 부평2공장의 생산 인력 배치 전환 계획을 전달했다. 사측은 부평2공장에서 근무 중인 인력 약 1500명을 연말까지 단계별로 부평1공장과 창원공장 등으로 이동시킨다는 방침이다. 부평1공장으로 500여 명, 창원공장으로 700여 명이 각각 자리를 옮기고 부평2공장의 사무직 직원들도 12월 부평1공장으로 이동한다. 한국GM은 내년부터 신형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 생산이 시작되는 창원공장 등을 중심으로 인력을 재배치해 종국적으로는 연간 50만 대 수준으로 생산을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전기차 등 회사의 미래를 책임질 신차를 배정받지 못한 것이 공장 문을 닫게 된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에 만성적인 일감 부족 상황을 해소할 대안을 찾지 못할 경우 군산공장과 마찬가지로 부평2공장 역시 폐쇄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부평2공장의 가동 중단이 예고되면서 구조조정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미 부평2공장뿐 아니라 당장 수백 명의 인력이 새롭게 합류할 1공장과 창원공장에서도 협력사와 비정규직을 중심으로 인력 조정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 시장에 비교적 발빠르게 대응한 현대자동차 역시 인력 문제로 고심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내연기관차의 전기차 전환으로 고용은 약 30% 줄어들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현대차는 정년퇴직 등 자연 감소 방식으로 인력을 줄여간다는 방침인데 노조는 오히려 신규 충원을 내세우며 정반대의 주장을 펼치고 있다.
올해부터 새롭게 임기를 시작한 현대차 노조 집행부는 최근 노사 협의회를 통해 신규 인원 충원을 핵심 요구 사항으로 제시했다. 자연 감소된 인원을 계약직으로 채울 게 아니라 신규 채용을 추진해야 한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기아 노조도 올해 단체협약 교섭의 최우선 과제로 고용 안정을 내세우고 있어 올해 노사 협상에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전기차 전환에 가속도가 붙을수록 고용을 둘러싼 노사 갈등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특히 고용 경직성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 한 완성차 업체들은 고용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중국 BYD가 내연기관 차량 생산을 완전히 중단하는 등 전기차 산업으로의 전환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전기차 시대에 맞춰 고용 유연성 확보가 시급한 자동차 기업과 이를 막으려는 노조의 대립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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