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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회사채 발행시장 코로나 초기보다 악화

1분기 순발행액 2.7조…2년 전 대비 반토막

우량기업·공공기관도 회사채 발행에 '헉헉'

조달금리 급등에 현대重·신세계 등 현금 상환







최근 시장금리가 급등하면서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이 2년 전 코로나19 사태가 발발한 초입보다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1분기 기업들의 회사채 순발행 규모는 2조 6700억 원에 그치며 2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반토막이 났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필두로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통화 긴축 시계가 빨라지고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우량 기업과 공기업마저 회사채 발행에 애를 먹고 있다. 회사채 발행을 위한 조달 금리가 높아지자 대기업들은 만기가 돌아온 채권에 대해 현금을 총동원해 갚는 실정이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내 회사채 시장의 1분기 순발행액(발행액-상환액)은 2조 67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8조 2700억 원)의 32%에 불과했다. 올 1분기 회사채 순발행 규모는 코로나19 발발로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은 2020년 1분기(6조 4700억)에 비해서도 절반 이상 줄어든 것이다.

특히 시장금리가 급등한 3월 만기 회사채를 현금으로 상환한 경우가 8620억 원가량 많아 회사채 순발행도 그만큼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는 2020년 3월 회사채 순상환이 3541억 원을 기록한 것에 비해서도 두 배 이상 많은 규모다.



국고채에 비해 안정성이 떨어지는 회사채 시장은 최근 국제 유가 및 원자재 가격의 고공 행진으로 글로벌 인플레이션 공포가 수그러들지 않아 대타격을 입고 있다. 국고채 3년물 금리가 이달 들어 3%를 돌파해 채권 중에서도 위험자산인 회사채 투자 심리는 더욱 위축된 것이다.

시장의 투자 심리를 보여주는 회사채 금리 스프레드(국채와의 금리 차)는 지난달 말 67.7bp(1bp=0.01%포인트)까지 치솟아 코로나19 사태로 시장이 패닉 상태에 빠져들었던 2년 전 70bp 안팎 수준을 위협하고 있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국채금리가 급등하며 회사채 거래가 급감해 어려운 시장 상황조차 지표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 정도” 라며 “채권 투자 수요가 회복되지 않고 있어 회사채 스프레드는 향후 더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실제 신용도가 최상급인 초우량 기업이나 공공기관마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다. 이달 최대 3000억 원의 회사채 발행을 앞둔 SK텔레콤(AAA)은 장기채인 20년물을 최대 800억 원 안팎으로 조달할 예정이었으나 600억 원어치 인수 주문을 받는 데 그쳤다. 2021년 1400억 원, 2020년 1800억 원을 각각 확보한 것과 대비된다. 또 국고채와 비슷한 금리로 자금을 확보해온 한국전력(AAA) 역시 2000억 원의 한전채 발행에 나섰다 미매각이 700억 원에 달했다. 겨우 투자 수요를 확보한 SK루브리컨츠와 롯데칠성·롯데렌탈 등도 조달 금리를 ‘민평 금리(민간 채권평가사가 평가한 기업의 금리)’ 대비 4~33bp 높은 수준으로 부담하게 됐다.

회사채 미매각이 잇따르고 발행금리가 높아지자 이달 들어서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을 연기하거나 철회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지주(1600억 원)와 신세계(1500억 원), LG CNS(400억 원)는 이달 만기가 돌아온 회사채를 현금 상환하기로 했다. 대림산업과 SK머티리얼즈·한화·한화솔루션·동원시스템즈·SK렌터카·아주산업 등은 회사채 발행을 놓고 치열한 눈치 싸움을 전개하고 있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 회사채 시장은 4월에도 여전히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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