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X세미콘이 청주에서 자체 실리콘카바이드(SiC) 반도체 사업에 속도를 올린다. 디스플레이 구동(DDI) 칩을 주력으로 하던 팹리스 회사에서 종합 반도체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을 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LX세미콘은 충북 청주시 일대에서 신규 실리콘카바이드(SiC) 연구개발(R&D) 설비 가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X세미콘은 이 설비를 운영할 전문 인력 채용도 진행하고 있다.
LX세미콘은 지난 2019년 LG이노텍이 폐쇄를 결정한 청주 공장에 있던 SiC 반도체 제조 장비를 매입한 것으로 파악된다. 과거 LG이노텍은 SiC 칩 사업을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삼고 청주 공장에서 연구 개발을 추진한 적이 있는데, 이때 활용했던 장비를 LX세미콘이 확보한 것이다.
LX세미콘은 LG이노텍 장비 매입과 함께 회사가 확보했던 수십 건의 SiC 반도체 기술 특허권도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LX세미콘 본사가 대전에 위치한 점도 청주에 신규 R&D 설비를 갖추는 중요한 이유다. 회사의 핵심 연구개발(R&D) 인력이 대전에 몰려있는 만큼 지근 거리에 실험 설비를 확보해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LX세미콘의 청주 설비는 종합 반도체 기업으로 도약하려는 회사의 움직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LX세미콘은 반도체를 설계해서 칩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에게 생산을 맡기는 ‘팹리스’ 업체다. 디스플레이 구동 칩(DDI) 설계를 주력으로 한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수요 폭증으로 DDI 사업 매출이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해 LG그룹에서 LX그룹으로 분리된 이후, 회사는 단순한 사업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공격적인 변화를 꾀하고 있다. SiC 반도체 분야 진출 선언이 대표적이다. SiC 기반 반도체는 기존 실리콘 기반 칩보다 높은 열과 고전압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이 되는 장점이 있어 차세대 자동차용 전력 칩으로 각광 받는다. 이 분야 강자는 스위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독일 인피니언 등이 있지만 기존 반도체 강자들이 호시탐탐 사업 기회를 노리고 있다.
LX세미콘은 이 분야 진출을 위해 지난해 초부터 조직을 갖추고 차근차근 사업을 준비해왔다. 단순히 SiC 칩 설계 작업에만 그치지 않고 다양한 실험 인프라까지 만들어 종합 반도체 업체로 도약하려는 전략을 짜고 있는 것이다.
LX세미콘은 SiC 반도체 외에도 실리콘 기반 차량용 전력관리칩(PMIC), 차량용 디스플레이 터치 칩 등 자동차 시장 진출을 위한 제품군 확대를 꾀하고 있다. 회사의 속도감 있는 변화는 평소 반도체 기술에 큰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구본준 LX그룹 회장의 의지가 녹아들어 있다는 업계 분석도 나온다.
한편 LX세미콘의 SiC 반도체 진출 외에도 현대모비스, SK실트론, DB하이텍 등 국내 유력 기업들이 이 시장을 노리고 연구개발·생산 조직을 갖추고 있어 주목된다. ST마이크로, 인피니언 등 이 분야 선두권 업체들을 바짝 쫓는 미국 온세미도 경기도 부천 공장에 SiC 칩 생산 능력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한국이 차세대 반도체 생산 거점으로 급부상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만큼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과 인력 양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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