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오수 검찰총장이 11일 자신의 직을 걸고 더불어민주당에서 추진하는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막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이 속도전에 돌입하고 검찰 내부의 반발이 거세지자 검찰 수장으로서 배수진을 쳤다는 분석이다. 민주당이 12일로 예정된 의원총회에서 법안 처리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당론으로 채택할 경우 4월 국회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 총장은 이날 서울 서초동 대검 청사에서 열린 전국 검사장 회의 모두 발언에서 “검찰 수사 기능이 폐지된다면 검찰총장인 저로서는 더는 직무를 수행할 의미가 없다”며 “직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의 검수완박 법안 처리 움직임 이후 김 총장이 거취까지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검은 회의 모두 발언을 이례적으로 언론에 생중계하며 여론전에 나섰다.
김 총장은 “시행된 지 1년여밖에 되지 않은 형사사법 제도가 제대로 안착하기도 전에 검찰 수사 기능을 완전히 폐지하는 논의가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검찰 수사를 제도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선진 법제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찰이 수사를 못하게 되면 범죄자는 처벌되지 않고 피해자의 고통은 늘어나며 부패, 기업, 경제, 선거 범죄 등 중대 범죄 대응은 무력화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사법 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며 “민주당이 일방 강행 처리하는 데 대해 국민의 우려가 큰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차원의 입장 표명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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