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12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당론으로 채택한 것은 지지층 이탈 방지가 최우선 과제라는 데 대해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지지자들이 1년 넘게 요구하고 있는 검수완박 입법을 달성하지 못하면 6월 지방선거 패배가 불 보듯 뻔하다는 위기감이 그만큼 컸다는 분석이다.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5월 3일 국무회의에서 공포하겠다며 처리 시한까지 제시할 정도로 남다른 의지를 드러냈다. 다만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과 일부 중진 의원들은 여전히 신중론을 주문하고 있어 최종 통과까지 난관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이날 비공개 정책 의원총회를 열고 검수완박 당론 채택 여부를 논의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모두발언에서 “국민의힘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검찰까지 나서 여론을 왜곡하고 개혁 입법 저지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면서 “의원들께서 총의를 모아주시면 좌고우면하지 않고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검찰은 조직을 총동원해 기득권 지키기, 권력기관 2차 개혁 입법 저지에 나섰다.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는 행위”라며 “70여 년간 누구의 견제도 받지 않은 무소불위 권력의 민낯이자 검찰이 집단 권력화됐다는 단적인 예”라고 비판했다.
당 지도부는 그동안 당 안팎의 우려에도 검수완박을 달성하겠다는 입장을 숨기지 않았다. 윤 위원장은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진행자가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검수완박이) 당론으로 확정되면 4월 내 국회 법제사법위와 본회의 통과, 5월 3일 마지막 국무회의 때 문재인 대통령이 공포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느냐’고 질문하자 “네. 국무회의 의결을 통해 공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답했다. 당 지도부가 처리 시한까지 구체적으로 밝히며 처리 의지를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민주당은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소위에 회부된 검찰청법 개정안을 늦어도 4월 네 번째 주까지는 본회의에 올리겠다는 방침이다. 이수진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검찰청법 개정안은 검찰의 6대 범죄 수사권을 폐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법안 처리에 성공하면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국무회의인 다음 달 3일 공포가 가능하다. 국민의힘이 여당 3인, 야당 3인 등 총 6인으로 구성된 안건조정위원회를 신청해도 민주당 출신 양향자 무소속 의원이 야당 몫 1석을 차지해 강행 처리를 막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다만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등 다른 관련 법안은 시간을 갖고 처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이 추진 중인 검수완박 관련 법안은 검찰청법 폐지법률안과 공소청법안(김용민 의원 대표 발의),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황운하 의원 대표 발의), 검찰청법 개정안과 특별수사청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이수진 의원 대표 발의) 등 총 5개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원장은 “세계적 추세나 선진국 사례를 고려할 때 수사·기소 분리 대원칙에 대해서는 이견이 많지 않다”며 “다만 수사권이 경찰로 이관되면 ‘경찰이 또 다른 특권을 갖는 것 아니냐, 경찰은 어떻게 견제하느냐, 수사 전문성을 감당할 수 있느냐’ 등 여러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의 수사권 규정만 삭제하는 법안을 4월 국회에서 처리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의 설립 여부 등 총괄적인 수사권 조정 로드맵은 새 정부 출범 이후 단계적으로 마련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다만 지도부 내에서도 이견이 커 지방선거를 앞두고 내부 분열만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동시에 확산되고 있다. 실제 비대위원회만 놓고 봐도 강경론보다는 신중론의 입장에 선 위원의 비율이 높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중도층 민심 악화 등 예상 밖 암초를 만날 경우 입법 드라이브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박 위원장은 “검찰 개혁을 (민주당이) 강행해도 통과시킬 방법이 마땅치 않다”면서 “정의당의 동참과 민주당의 일치단결 없이 통과가 불가능한데 정의당이 공식 반대했고 당내에도 다양한 의견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검수완박 법안이 통과되기도 힘들지만 통과된다고 해도 지방선거에 지고 실리를 잃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저는 오늘 여러분께 다수 의견이 아닌 소수 의견을 내겠다. 누군가는 말해야 할 것 같아서 용기를 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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