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은행과 카드사 등 전통의 금융회사들이 신규 사업 채널로 암호화폐거래소들에 대한 투자를 잇따라 추진하고 있다. 신한금융과 KB금융(105560)이 암호화폐거래소에 대한 투자를 확정한 데 이어 비씨카드도 코인원에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JB금융지주가 코인원 등 복수의 암호화폐거래소와 투자를 협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다음 달 10일 출범할 윤석열 정부가 암호화폐 전담 기구 설립을 약속해 주요 금융사들의 암호화폐거래소 투자는 더욱 활기를 띨 것으로 전망된다. ★본지 3월 24일자 1·10면 참조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KT(030200)그룹 계열사인 비씨카드는 국내 4대 암호화폐거래소로 꼽히는 코인원에 수백억 원 규모의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자금 투입에 앞서 기업가치 등에 대한 조율 작업이 진행 중이며 조만간 투자 규모와 조건이 확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비씨카드는 이번 투자를 통해 차명훈 코인원 대표와 컴투스홀딩스에 이은 코인원 3대 주주로 올라설 예정이다.
코인원은 지난해 컴투스홀딩스의 투자를 유치할 당시 2400억 원 수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으며 이번에는 기업가치가 최소 3000억 원 이상에 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코인원은 2020년 매출 331억 원, 영업이익 156억 원을 기록했으며 지난해에는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423%, 666% 증가한 1735억 원, 1190억 원으로 집계됐다. 다만 코인원은 비씨카드의 투자에 대해 "논의한 바는 있으나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비씨카드는 지난해부터 암호화폐거래소에 대한 투자를 검토해왔으며 올 초에는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와 업무 협약을 맺고 신용카드와 블록체인 기술을 결합한 ‘두나무 BC카드’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또 전북은행 등을 계열사로 거느린 JB금융지주도 코인원·고팍스 등 암호화폐거래소에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전북은행이 올 2월 고팍스와 실명 확인 계좌 확인서 발급 계약을 맺는 등 긴밀한 관계를 맺으면서 이번 투자 협의도 급물살을 타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신한금융과 KB금융지주 등이 직간접적으로 암호화폐거래소에 투자하며 긴밀한 협업 관계를 구축해나가고 있다. 신한금융은 자회사인 신한캐피탈을 통해 코빗에 200억~300억 원의 투자를 집행해 3대 주주 자리를 꿰찰 계획인데 투자금은 ‘원신한 커넥트 신기술투자조합 1호’를 통해 집행된다. 해당 펀드에는 신한은행과 신한카드·신한금융투자 등이 주요 출자자(LP)로 참여하고 있다.
KB금융도 올 2월 벤처캐피털(VC) 계열사인 KB인베스트먼트를 통해 고팍스에 100억 원을 단독 투자하며 암호화폐거래소 투자 대열에 합류했다. 당시 고팍스는 KB인베스트먼트의 투자에 힘입어 기업가치가 약 3500억 원으로 평가됐다. 업계의 한 핵심 관계자는 “KB금융이 고팍스에 추가 투자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 금융회사들이 암호화폐거래소 투자에 적극 나서는 것은 글로벌 트렌드에 부합하고 새 정부도 암호화폐 산업을 육성할 방침이어서 향후 몰아닥칠 ‘금융 빅뱅’에 선제 대응하려는 포석으로 읽힌다. 암호화폐거래소가 제도권 플랫폼으로 편입되면 기존 금융회사들과의 광범위한 경쟁이 예상된다.
실제 국내에서는 지난해 특정금융정보법이 시행돼 암호화폐의 제도권 편입에 대한 근거가 마련됐고 새 정부 출범 이후 암호화폐공개(ICO)가 허용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미국은 증권사처럼 가상자산 거래 플랫폼을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등록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투자 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많은 금융회사가 특금법 시행 이후 암호화폐거래소가 제도권에 편입된 것과 다름없다고 판단해 선제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면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도 ICO 허용, 코인 전담 기구 설치 등을 피력해 가상자산 산업이 미래 먹거리로 금융회사들에 인식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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