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이 전국 32개 점포에 대한 대대적인 선택과 집중에 나선다. 핵심은 ‘똘똘한 톱 8 집중 육성’이다. 수익성 상위 점포를 대상으로 대규모 리뉴얼을 비롯한 투자를 확대하고, 그렇지 않은 지방의 일부 점포는 용도 변경 등을 검토한다.
똘똘한 8개 점포 중심 진용 재편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최근 ‘8대 점포 리브랜딩’ 전략을 수립하고 매출 상위권에 드는 점포에 더 큰 힘을 싣기로 했다. 해당 점포는 명동 본점과 강남, 잠실, 인천, 수원, 동탄 및 부산 지역 2개점으로 이 중 일부는 이미 리뉴얼을 진행 중이다. 각 점포는 매출이나 포지셔닝에 대한 구체적인 미션을 받아 단계적인 달성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강남·잠실점은 ‘강남 1등 백화점 도약’을 목표로, 소공동 본점은 한때 ‘최장수 1위 점포’였던 ‘과거 명성 되찾기’를 내걸고 대대적인 리뉴얼에 돌입했다. 인천은 2026년 오픈 예정인 송도 신세계백화점을 염두에 두고 ‘매출 1조 조기 달성’이라는 목표를 설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선택과 집중에는 지난해 취임한 정준호 롯데쇼핑(023530) 백화점사업부 대표의 의지가 반영됐다. 정 대표는 20년 넘게 신세계에 몸담았던 인물로 롯데가 유통 사업 부진에서 벗어나기 위해 2019년 영입했으며 롯데GFR 대표를 거쳐 지난해 롯데백화점 대표 자리에 올랐다. ‘정통 롯데맨’이 아닌 외부인사가 백화점 대표에 오른 사례로 사업 혁신에 대한 롯데의 의지가 담긴 인사였다.
점포는 많지만 수익성은 떨어져
정 대표는 롯데로 온 후 “잘하는 곳에 더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을 계속해서 피력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다점포 전략’으로 승부해 온 롯데백화점의 기존 전략과는 다른 행보다. 롯데백화점은 현재 전국에 32개 매장을 운영하며 경쟁사인 신세계(13개), 현대(16개)와 비교해 두 배의 덩치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지방 점포 중 실적이 부진한 곳이 늘어나고 이 때문에 백화점 부문 전체의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기존 전략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실제로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백화점 매출 1위 자리를 지켰지만, 신장률 면에선 신세계·현대와 비교해 크게 낮은 성적을 거뒀다. 백화점의 수익성 지표인 순매출을 들여다보면 롯데는 32개 점포에서 총 2조 8880억 원을 벌었다. 전년의 2조 6550억 원보다 8.8% 늘어난 수치다. 신세계와 현대의 작년 순매출은 각각 2조 1365억 원, 2조 1050억 원으로 모두 20%의 신장률을 보였다. 점포 수가 많아 절대적인 순매출 수치는 1등을 유지하고 있지만, 실적 반등 면에서는 오히려 그 규모가 발목을 잡았다. 투자가 30여 곳에 분산 되다 보니 전략적으로 더 많은 재원 투입이 필요한 백화점에 충분한 실탄이 돌아가지 못하고, 제대로 된 경쟁이 어려워지는 것이다.
점포의 고객 유입 및 거래 규모를 보여주는 총매출 기준으로도 롯데백화점의 체력은 떨어진다. 롯데백화점 본점은 오랜 기간 총매출 기준 1위 점포 자리를 지켜오다 2017년 이후 신세계 강남점에 그 자리를 내줬다. 신세계 강남점의 연간 총매출은 약 2조 4000억 원 수준으로, 2·3위 롯데 잠실점, 본점을 크게 추월했다. 롯데에 의미가 남다른 부산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롯데 서면 본점은 지난 2016년 지역 1위 왕관을 신세계 센텀시티점에 넘겨줬다.
‘1등하기 힘든 포맷’ 대대적 손질
‘8대 점포 리브랜딩’은 이처럼 ‘1등 하기 힘든 포맷’을 뜯어 고치겠다는 구체적인 방향 설정으로 볼 수 있다. 롯데백화점은 8개의 핵심 점포를 중심으로 진용을 새로 꾸리며 수익성 떨어지는 지방의 일부 점포는 효율성을 세밀하게 검토한 후 재편할 예정이다.
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규모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나 정 대표의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번 진용 재편이 그동안 ‘다점포 전략’ 지적 때마다 되풀이해 온 ‘점포 정리’라는 의례적 선언과는 다를 것임을 예고했다. 수익성과 성장 가능성을 검토해 ‘정리 점포’를 추린 뒤에는 롯데지주 내의 부동산 개발팀이 점포를 어떤 방식으로 활용·처리할지 논의할 예정이다.
리브랜딩을 위한 핵심 전략은 명품 입점을 통한 고급화다. 현재 롯데백화점은 전국 32개 점포에 67개의 명품 매장이 입점한 반면 신세계백화점은 13개 점포에 168개 명품 브랜드가 들어선 상태다. 본인이 ‘명품 전문가’이기도 한 정 대표는 럭셔리 상품군을 총괄하는 MD1본부장에 지방시 코리아 지사장 겸 대표를 지낸 이효완 전무를 영입하는 등 관련 업계 및 신세계 출신의 외부 인사를 대거 수혈하고, 브랜드 유치에 사활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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