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에어컨과 선풍기 등 여름 가전 관련 기업의 주가가 달아오르고 있다.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 등 주요 가전 업체들이 창문형 에어컨 전쟁에 가세하며 시장 규모도 커지고 있다. 다만 올해 에어컨 판매량이 기대보다는 저조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파세코(037070)는 장중 등락을 거듭하다 전날과 같은 1만 9200원에 보합 마감했다. 파세코는 3월 14일부터 이날까지 15.7% 상승했다. 파세코는 창문형 에어컨과 서큘레이터 등을 판매하는 업체다. 파세코는 국내 창문형 에어컨 시장의 70% 정도를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스씨디(042110)와 에쎈테크(043340)도 같은 기간 각각 19.1%, 8.9% 상승했다. 에스씨디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에 에어컨 부품을 공급하고 에쎈테크도 에어컨 냉매 밸브를 제조해 삼성전자에 공급하고 있다. 선풍기 등 가전제품 제조 업체인 신일전자(002700)(6.8%)의 주가도 뛰고 있다.
이 같은 주가 흐름은 올여름 기온이 평균 여름 온도보다 더 높을 수 있다는 전망 때문으로 풀이된다. 기상청은 2월 ‘여름 기후 전망’에서 올여름 평균기온이 평년(23.4~24.0도)보다 높을 확률이 50%라고 밝혔다. 올해 여름 날씨가 평균보다 무더울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뜻이다. 기상청은 “6월에 낮 동안 기온이 상승해 고온 현상이 나타날 때가 있고 7~8월에는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으로 무더운 날씨를 보일 때가 많겠다”고 전망했다. 11일 서울 낮 기온이 초여름 수준인 26.6도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26도를 처음으로 돌파한 날인 4월 21일(최고기온 28.2도)이었다. 올해는 10일 일찍 더위가 찾아온 것이다. 한국투자증권은 11일 파세코의 6.01% 급등세에 대해 “예년보다 이른 더위로 여름 가전 판매량 증가가 기대되며 강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액체 탄산 및 드라이아이스 공급 업체인 태경케미컬(006890)의 주가도 상승세다.
주요 가전 업체들이 창문형 에어컨 시장에 뛰어들며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는 것도 주목된다. 파세코의 지난해 개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269억 원, 226억 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전년 대비 각각 14.5%, 34% 늘었다. 파세코는 3월에 창문형 에어컨을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배 이상 팔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창문형 에어컨 ‘윈도우 핏’을 출시했고 LG전자도 올 상반기 내에 제품을 내놓을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일각에서는 올해 에어컨 판매량에 대해 낙관만 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사회적 거리 두기’ 등 방역 수칙의 완화로 집에 있는 시간이 줄면서 가전 소비도 감소할 것이라는 예측이 제기된다. 차유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올해 에어컨 판매량에 대해 보수적으로 전망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까지 폭염과 재택근무 증가로 에어컨 판매가 활발했던 만큼 기저 상황이 높은 편”이라며 “최근 시민들의 외부 활동이 증가하고 해외여행자 수가 늘어나며 정보기술(IT) 제품 소비 지출에 제한이 생길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여름 수혜주는 2~3분기 급등세를 보이다 다시 꺾일 가능성도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52주 신고가를 기록한 지난해 7월 19일에 비해 파세코의 주가는 현재 31.2% 하락했다. 에스씨디(-23.5%), 에쎈테크(-33.5%), 태경케미컬(-28.6%), 신일전자(-18.3%)도 같은 기간 일제히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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