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4일 기준금리를 연 1.5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미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대로 치솟은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미국의 공격적 긴축 등이 맞물려 금통위가 총재 공석 상황임에도 선제적 금리 인상을 선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인상으로 최근 8개월 새 기준금리가 1%포인트나 뛰어 가계의 이자 부담은 연 13조 원 넘게 불어나게 됐다. 연내 최소 두세 차례의 추가 인상이 전망돼 가계와 기업의 자금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이날 금통위 회의를 열고 현재 연 1.25%인 기준금리를 1.50%로 올렸다. 이번 금통위는 한은 역사상 처음으로 총재가 없는 상태에서 열렸다. 주상영 금통위 의장 직무대행이 의사봉을 잡았다. 시장에서는 이창용 총재 후보자가 국회 인사 청문회(19일)를 통과한 뒤인 5월 금통위(26일)에서 금리 인상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지만 금융위원들은 만장일치로 금리 인상을 결정했다. 여기에는 대내외 경제 환경이 급박하게 돌아가면서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보다 물가 잡기에 주력해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실제로 이날 발표된 3월 수입물가지수는 1년 새 35%나 올라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주 의장 직무대행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물가 상승 압력이 예상보다 장기화할 수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며 “총재 공석에도 불구하고 대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올해 물가 상승률은 4%나 그에 근접한 수준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올해 남은 다섯 번의 금통위에서 두세 차례 더 금리를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2회 연속 단행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제기돼 우리 통화 당국으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크지 않다. 올해 말 금리 수준이 2.0~2.25%가 될 것이라는 예상 속에 2.86%(한국경제연구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주 의장 직무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은 기존 전망치(3.0%)보다 낮은 2%대 중후반을 예상한다”며 “이번 금통위 결정은 물가에 중점을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앞으로는 물가뿐 아니라 성장 하방 위험도 종합적으로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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