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경기 여주의 페럼클럽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경기. 886일 만에 갤러리 입장이 허용된 코스에는 비가 흩뿌리는 궂은 날씨에도 갤러리의 응원과 박수가 울려 퍼졌다.
이날 펼쳐진 메디힐·한국일보 챔피언십(총상금 10억 원) 1라운드는 2019년 11월 10일 충남 천안 우정힐스CC에서 끝난 ADT캡스 챔피언십 이후 첫 ‘유관중’ 경기다. 코로나19로 두 시즌 동안 갤러리를 받지 않던 KLPGA 투어는 2022시즌 두 번째 대회인 이번부터 무관중 정책을 풀었다.
그동안 ‘집관’에 지쳤던 골프 팬들은 쌀쌀한 날씨의 평일인데도 대회장을 찾아 선수들을 만났다. 카트 도로에 일렬로 줄지어 경기를 지켜보는 모습, 좋아하는 선수를 기다렸다가 골프볼에 사인을 받거나 간식 등 선물을 건네고 기념사진을 함께 찍는 모습이 2년 5개월 만에 다시 연출됐다.
이날 집계된 갤러리 수는 약 700명. 대회 주최사 관계자는 “오전 7시에 골프장에 도착한 셔틀버스 첫차에도 10여 명의 갤러리가 타고 있어 놀랐다”고 전했다. 3·4라운드가 열리는 주말에는 많은 관객이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갤러리들은 “보고 싶었다” “얼굴 보고 응원하니 좋다”고 선수들에게 인사를 건넸고 선수들은 “경기할 맛 난다”고 입을 모았다. 팬클럽 회원 20여 명의 응원 속에 경기한 박현경(22)은 “잊어버렸던 무언가를 찾은 듯한 묘한 느낌”이라며 “너무 오랜만에 갤러리 분들과 호흡한다는 생각에 긴장이 컸던 탓인지 실수도 많았다. 초반이 지나니까 조금 적응이 되더라”고 했다. 박현경은 1오버파로 출발했다.
3언더파의 장하나(30)는 “선수들 소리밖에 안 들리던 이전 대회들과 달리 갤러리 분들의 소리가 들리니 신기할 정도였다”며 “여기 코스는 솟아오른 포대 그린이 많아 샷을 하고도 결과를 바로 알기가 어려운데 갤러리 환호나 탄식으로 결과를 짐작할 수 있어서 경기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그는 “코스를 따라 걷는 것은 선수 부모님들한테 좋은 운동이기도 해서 유관중 전환을 저희 아버지도 정말 반기신다”고 덧붙였다.
첫날 경기에서는 통산 3승의 박지영(26)이 버디를 9개(보기 1개)나 잡으며 8언더파 64타의 코스 레코드 타이로 단독 선두에 나섰다. 5언더파 공동 2위 박주영(32), 이채은(23)을 3타 앞섰다. 지난주 시즌 개막전에서 마지막 날 챔피언 조로 나서고도 79타로 무너져 공동 29위에 그쳤던 박지영은 “지난주 최종 라운드에 이렇게 쳤어야 했는데 아쉽다”면서도 “이런 게 골프인 것 같다”며 웃어 넘겼다.
한진선(25)과 김재희(21)는 홀인원 축포를 터뜨렸다. 3번 홀(파3)에서 티샷을 바로 넣어 코로나 시대 유관중 경기의 첫 홀인원 주인공이 된 한진선은 뱅골프 롱 디스턴스 하이브리드 클럽 세트를 챙겼다. 김재희는 16번 홀(파3) 에이스로 1억 2000만 원 상당의 마세라티 기블리GT 하이브리드 차량을 받았다. 이 대회 우승 상금은 1억 8000만 원이다. 한진선은 3오버파, 김재희는 2언더파를 적었다. 지난 시즌 3관왕의 박민지(24)는 자신의 올 시즌 첫 라운드에서 버디 2개와 보기 3개로 1오버파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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