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식품·유통업계가 미래 먹거리고 주목하고 있는 헬스케어 시장 선점 싸움이 점점 격화되고 있다. 일반적인 건강 관리 제품 뿐 아니라 특정 질환을 앓는 환자식에서 유전자 분석을 통한 개인 맞춤형 건강기능식품(건기식)까지 사업 범위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
14일 글로벌 컨설팅업체 보스턴컨설팅그룹에 따르면 2020년 237조 원 규모였던 국내 헬스케어 시장 규모는 2030년 450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른 국가에 비해 현저히 빠른 고령 인구 증가 속도가 시장 성장을 이끌고 있다. 기초 헬스케어 분야 중에서도 식품·유통업체들이 눈독 들이는 분야는 건기식이다. 지난해 국내 건기식 시장 규모는 약 5조 원으로 2016년의 3조 5000억 원 대비 43% 증가했다. 과거에는 대중적으로 소비될 수 있는 복합형 제품이 대부분이었다면 최근에는 기능에 따라 세분화된 상품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개인 맞춤형 건기식도 등장했다. 개인 맞춤형 건기식은 개인별 생활 습관과 건강 상태, 유전자 검사 결과 등을 바탕으로 건기식을 소분·판매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정부가 2020년 규제실증특례 시범사업으로 허용하면서 관련 시장도 커지고 있다. 풀무원은 오프라인 매장 올가에서 전문 영양사의 설문조사를 통해 맞춤형 건기식을 추천하는 브랜드 '퍼팩'을 운영하고 있다.
hy는 한 발 더 나아가 유전자 분석과 건강검진 등으로 수집한 정보에 맞춰 건기식을 개발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인바이오젠·제노플랜·차움 등 6자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병원에서 받은 검진 결과를 토대로 hy가 건기식을 만들고 배송까지 하는 방식이다. 개인 데이터는 대체불가토큰(NFT) 형태로 보관되며, 향후 의료 기관 데이터 제공 등 추가 사업 진출도 가능하다.
케어푸드 시장도 성장세다. 케어푸드는 과거 환자들을 위한 식사 대용식으로 평가됐지만, 최근에는 저염·저당·저칼로리식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현대그린푸드는 지난 12일 케어푸드 전문 브랜드 '그리팅'의 특화 매장을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열었다. 매장에서는 전문 영양사가 씹기 편하도록 부드럽게 만든 찜닭 등 220여 종의 케어푸드와 특수 식단을 추천해준다.
CJ프레시웨이는 케어푸드를 일반 가정으로 정기 배송해주는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이다. 기존 요양원이나 병원 등 B2B에서 B2C로 사업을 확대하는 것이다. 아워홈은 기존 케어푸드 사업을 고도화시킨 메디푸드 사업에 뛰어들었다. 암환자를 위한 식단을 개발하는 것이 골자다.
그룹 차원에서도 헬스케어 분야를 고부가가치 시장으로 평가하고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CJ그룹은 지난 1월 CJ제일제당의 건강사업부를 독립시켜 웰케어로 출범시켰다. 롯데그룹은 지난10일 700억 원을 출자해 롯데헬스케어를 설립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포화 상태에 이른 식품 업체들이 기존 사업과 가장 밀접한 헬스케어를 미래 먹거리로 지목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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