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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미래 동네 부엌·식당과 이웃

김도년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




우리는 이웃과 함께 동네에서 자랐다. 가회동·팔판동·옥인동·재동·정동. 서울의 역사와 함께한 오래된 동네들이다. 도시의 생활 단위인 동(洞)은 우물을 나눠 마시며 모여 사는 데서 비롯돼 ‘우리 동네’가 됐다고 한다. 이웃은 담장과 처마가 붙을 정도로 가까워 친척보다 더 자주 만나는 동네 사람이다. 우리나라 도시의 삶을 상징하고 생활의 기반이던 동네와 이웃이 언제부터인지 낯설게 느껴지고 사라져가고 있다.

국내 1인 가구는 660만여 가구로 전체 가구의 30%를 넘어서고 있다. 서울의 아파트 단지, 다세대·다가구주택이 모여 사는 저층 주거지를 가리지 않고 혼자 살아가는 사람이 늘고 있다. 여러 이유로 1인 가구의 증가는 시대적 현상이지만 우리가 놓치고 있는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이들 중 절반 가까이가 함께 모여 사는 도시에서 외로움을 호소하고 있다. 또 주거 면적이 점차 줄어들면서 생활의 최소 기능인 부엌까지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고령화 시대 노령 가구를 생각하면 문제의 심각성이 크게 다가온다.

이런 현상이 더욱 빠르게 증가하리라는 것은 쉽게 예측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 도시의 생활 기반 시설로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부엌이 있는 공동 식당 도입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1인 가구가 밀집된 지역 등 수요가 높은 지역을 선별해 걸어갈 수 있는 거리 안에 ‘동네 식당’이나 ‘동네 부엌’을 조성하는 것이다. 공동 식당은 기초 생활을 지원하는 시설로서 역할이 크겠지만 무엇보다 함께 식사하는 식구를 만들고 이웃사촌이라는 새로운 관계 형성으로 도시 공동체 회복에 이바지하는 효과가 더 클 것이다.



최근 들어 MZ세대가 대부분인 서울과 뉴욕 도심의 1인 가구 젊은이들은 공통으로 부엌이 있는 공동 식당을 원한다. 대학들의 ‘1000원 아침’에 대한 학생들의 호응이 크다. 아침을 쉽게 먹을 수 없는 어려움도 있지만 함께 아침을 먹는 데서 오는 소소한 즐거움이 더 크게 다가오는 모양이다.

직장인과 창업자를 위해 아침을 제공하는 공동 식당을 지역 공동 시설에 마련한 보스턴 혁신지구와 같은 몇 안 되지만 성공 사례들이 있다. 이들은 이용자의 의견뿐 아니라 주변 식당 운영자의 협조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또 첨단 기술과 접목한 운영으로 이용자들로부터 높은 만족도를 얻고 있다.

스마트폰과 데이터 기반의 운영을 하면 더 효율적이고 환영받을 수 있는 관리가 우리에게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잉여 식자재와 음식물 쓰레기 저감 등 환경적 가치와 함께 관계 회복을 통한 사회적 편익 증가를 고려하면 공동 식당 조성의 타당성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기업의 사회 공헌 사업과 연계한다면 보다 큰 성과를 얻을 수도 있다.

도시의 건강한 삶의 기반이 동네와 이웃이다. 동네 부엌·식당과 같이 우리에게 익숙한 방법으로 미래 도시의 삶이 더욱 행복해질 수 있도록 동네와 이웃의 도시적 가치를 더욱 발전시키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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