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3사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배달 특수에 힘입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또 경신했다. 하지만 마냥 환호의 시간을 즐기기엔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 '팬데믹 배달 특수'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장담할 수 없는 데다 각종 원재료 값이 줄줄이 오르고 있는 탓이다. 이에 치킨 프랜차이즈들은 해외 공략을 강화하고 외식 기업을 인수 합병하는 등 사업 포트폴리오 다양화를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14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bhc그룹의 지난해 매출은 6164억 원으로 전년의 4776억 원 대비 29%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22% 늘어난 1681억 원을 기록했다. bhc그룹은 bhc치킨 외에 창고43·큰맘할매순대국·그램그램 등 외식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11월에는 패밀리 레스토랑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를 인수하며 몸집을 키웠다.
이번 실적에는 아웃백의 12월 한 달 실적만 포함됐다. 아웃백의 지난해 매출은 4000억 원에 육박한다. bhc그룹은 아웃백의 연간 실적이 반영될 경우 올해 매출이 1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임금옥 bhc그룹 대표는 "사업 범위를 꾸준히 확대해 업계 1위 입지를 굳힐 것"이라고 말했다.
BBQ의 지난해 매출(연결 기준)은 3662억 원으로 전년 대비 12.4%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8.7% 늘어난 653억 원이다. 앞서 실적을 발표한 교촌에프앤비의 매출은 5075억 원으로 전년 대비 13.4% 증가했다. 치킨만 놓고 보면 교촌이 여전히 1위다. 교촌의 지난 해 치킨 부문 매출은 4900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bhc의 추격이 거세다. 지난해 bhc치킨 매출은 4800억 원으로, 1위 교촌과의 격차를 400억 원에서 100억 원까지 줄인 것으로 추정된다. 외식 업계 관계자는 "올해 치킨 프랜차이즈 매출 순위 지각변동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전망했다.
다만 시장 상황은 밝지 않다. 각종 원재료 값이 오르면서 본사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도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는 생계와 식용유 등 재료 값이 폭등했을 경우 가맹점과 인상분을 나눠 부담한다. 한국육계협회에 따르면 이달 1~14일 생계(1㎏) 평균 가격은 2648원으로 전년 동기간(1873원)대비 41.3% 뛰었다. 식용유 18ℓ 가격은 3만 원 대에서 5만 원을 넘어섰다.
이 때문에 가맹 본사 수익성이 낮아지고 있다. 교촌의 경우 지난해 매출은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과 비슷한 410억 원에 머물렀다. bhc그룹 영업이익률은 2020년 29%에서 지난해 27.2%로 떨어졌다. BBQ의 4분기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50% 이상 감소했다. BBQ 관계자는 "원부자재 인상폭을 분담하기 위해 지난 5개월 간 한 달에 25억~30억 원의 출혈을 감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는 가격 인상을 단행했지만, 소비자들의 저항이 거세다. 교촌치킨의 경우 2018년 별도 배달비 2000원을 받기 시작하면서 불매 운동 대상이 되기도 했다. 시장도 이미 포화 상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 치킨집 수는 3만 7508개로, 전국 편의점 수(4만 개)와 비슷한 규모다.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는 대응 마련에 분주하다. 교촌은 연내 하와이 호놀룰루 지역에 1호점을 열고, 미국 내 가맹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현재는 미국과 중국, UAE 등 총 6개 국가에서 70여 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BBQ도 미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북미 지역 매장 수는 250여 개에 달한다. 윤홍근 BBQ 회장은 최근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글로벌 점포 수를 5만 개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사업도 다각화한다. bhc그룹은 아웃백을 인수한 데 이어 버거 프랜차이즈 사업 진출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교촌은 수제맥주 브랜드인 '문베어브루잉'을 인수하며 맥주 시장에 뛰어들었다. 교촌 관계자는 "수제맥주 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해 제2 도약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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