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실에서 ‘옥상옥’ 역할을 했던 청와대 수석 자리를 8개에서 5개로 감축할 예정이다. 정부부처 위에 군림했던 청와대의 권한을 축소하고 대통령이 직접 정부부처 장관들과 실무 현안을 챙기는 정부혁신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서다. 또 문재인 정부들어 청와대에 대거 기용됐던 시민단체 인사들의 자리를 정책 실무에 능한 관료 출신으로 채울 방침이다.
윤 당선인 측 관계자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이 같은 내용의 청와대 개편을 구상하고 있다. 이 핵심 관계자는 “(윤 당선인이)경제·사회·홍보·시민사회·정무 등 5개 수석비서관 정도 (남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의 지시에 따라 청와대는 대통령의 지근거리를 보좌하며 정부부처에 ‘상전’으로 군림한 수석제도를 대거 축소한다. 윤 당선인은 대통령실을 ‘정예화한 참모’와 ‘분야별 민·관 합동 위원회’로 조직 개편하겠다고 공약했다. 기존 대통령실의 경우 부처 위에 군림하며 권력을 독점했기 때문에 조직구조와 일하는 방식이 전혀 다른 새로운 개념의 대통령실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민정수석실 폐지, 제 2부속실 폐지, 대통령실 인원 30% 감축 등 공약도 제왕적 대통령 해체를 위한 연장선상이다.
이에 따라 수석비서관제는 꼭 필요한 기능만 남기고 규모가 대폭 줄어든다. 현재 청와대는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산하에 정무·국민소통·민정·시민사회·인사 등 5명, 이호승 정책실장 산하에 일자리·경제·사회 3명 등, 모두 8명의 수석비서관을 두고 있다. 이 가운데 경제·사회·홍보·시민사회·정무 등 5개 수석비서관만 남는다. 민정과 일자리, 인사수석은 사라질 전망이다.
이렇게 슬림해진 청와대는 소위 ‘실력파 관료’들이 채운다. 핵심 관계자는 “(윤 당선인이) 자타가 공인한 에이스로 일단 먼저 뼈대를 잡으라고 당부했다”고 설명했다. 윤 당선인은 “대선 과정의 논공행상은 배제하고 각 부처 내에서 가장 에이스들을 먼저 배치해야 한다”며 “소위 말하는 ‘어공’들이 ‘늘공’들을 점령군처럼 심부름 시켜선 안 된다”고도 강조한 것으로 파악됐다. 정치인 출신들이 실무 최전선에 나가야 할 관료 출신들의 발목을 잡아선 안된다는 뜻이다. 핵심 관계자는 “(당선인이) ‘젊은 관료 엘리트들이 대통령실을 장악해야 한다’는 생각이 매우 강하다”고도 덧붙였다.
개편에 따라 문재인 정부에 들어 청와대에 대거 입성한 시만단체 출신 인사들도 물갈이될 방침이다. 문재인 청와대에서는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이 핵심 보직을 차지했다. 문 대통령이 변호사 시절 사회운동을 해왔던 경험이 인사 코드에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참여연대 출신인 김수현·장하성·김상조 전 정책실장이 주요 보직을 맡으며 관련 시민단체 인사들도 함께 청와대에 자리했다. 운동권,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이 대통령실 주요 보직에 오르면서 국정 운영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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