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 업계가 대체육 투자를 대폭 확대하고 있다. 선진 시장인 미국과 유럽의 스타트업에 투자하며 기술 확보에 나서는 한편 대체육 소재 생산에도 힘쓰고 있다. 대체육이 보편화되면 탄소 배출이 크게 줄어들 수 있어 화학 업체로서는 대체육 개발을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의 주요 전략으로 공들이는 모습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솔루션은 지난달 초 미국 대체육 스타트업 ‘핀레스푸드(Finless Foods)’가 진행하는 3400만 달러(약 418억 원) 규모 펀딩에 참여해 수백억 원을 투자했다. 핀레스푸드는 생선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해 배양한 뒤 유사한 맛의 인공육을 만드는 스타트업이다. 한화솔루션은 지난해에도 돼지고기 배양육을 개발하는 미국 스타트업 뉴에이지미츠에 투자한 바 있다.
SK그룹의 투자 전문 지주사 SK㈜도 대체 식품 기업에 대한 왕성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SK㈜는 2020년 미국 대체 단백질 기업 퍼펙트데이에 약 540억 원을 투자하며 대체 식품 시장에 진출한 데 이어 지난해 퍼펙트데이에 약 650억 원을 추가 투자하고 퍼펙트데이 이사회 의석도 확보했다. 퍼펙트데이는 2019년 세계 최초로 소에서 추출한 단백질 유전자로 ‘발효 유(乳)단백질’ 생산에 성공했고 1조 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유니콘 기업에 올랐다.
아울러 SK㈜는 미국 대체 단백질 개발사인 네이처스파인드에도 약 290억 원을 투자했으며 중국 조이비오그룹과 조성한 10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통해 중국 내 유망 대체 식품과 푸드테크 스타트업 발굴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이 밖에 대체 단백질 패티 기업 미트리스팜에도 투자를 단행했으며 SPC삼립과 대체 식품 사업 협력을 맺기도 했다.
롯데정밀화학은 이 같은 대체육 시장의 성장세를 눈여겨보며 소재 생산능력을 확대했다. 첨가제 메틸셀룰로스는 대체육이 육류 고유의 식감과 향을 내도록 하는 데 필수적인 소재다. 롯데정밀화학은 메틸셀룰로스를 비롯한 친환경 고부가 소재인 셀룰로스 계열에 총 18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화학 업계에서 대체육 시장에 투자를 강화하는 것은 ESG 전략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대체육이 증가하면 전통적인 축산업에서 배출되는 다량의 탄소를 감축하게 된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축산업 부문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양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체 식품이 점차 다양해지면서 이를 개발하기 위한 기술 투자는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초기에는 콩과 버섯 같은 식물성 단백질 기반의 인공육 위주로 대체육 시장이 형성됐지만 최근에는 동물의 세포 조직을 배양해 육고기뿐 아니라 생선살 등을 구현해내는 기술도 주목받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글로벌 대체육 시장은 2020년 40억 달러에서 2030년 740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 국내 대체육 시장은 미국·유럽에 비해 뒤처졌지만 한화·SK 등 대기업이 본격적으로 투자하는 데다 연구개발(R&D)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만큼 성장세가 가파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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