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에서 곡물을 직접 경작해 국내로 들여오려는 목적으로 해외로 나간 우리 농기업 10곳 중 6곳이 경영을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기후 심화,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으로 식량안보의 경고음이 커지고 있지만 공급선 다변화를 위해 새 파이프라인을 깔아야 할 우리 기업은 맥을 못 추고 있다는 뜻이다. 정부가 민생과 직결된 식량안보에 대해 경각심을 갖고 종합적인 대응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9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농업 개발을 위해 해외 진출에 나선 우리 기업 206곳 중 현지에서 연착륙하며 실제로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은 75곳에 그쳤다. 우리 기업의 현지 정착률이 36.4%라는 얘기다. 투자 규모에서 해외 곡물 메이저에 밀리고 농장 관리 노하우를 비롯해 미흡한 정부 지원, 현지 유통 인프라와의 연계 등이 모두 떨어지는 데 따른 것이다. 그 결과 해외 진출 기업을 통한 국내 곡물 반입은 지난해 전체 곡물 수입량 1668만여 톤(관세청 기준)의 3.8%인 63만 3975톤에 머물렀다.
문제는 곡물자급률을 올리기 힘든 상황에서 안정적인 식량 공급망을 확충하는 것이 식량주권의 관건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에너지와 함께 곡물이 공급망 교란과 전쟁에 따른 인플레이션 가속화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하면서 각국 정부의 안전을 위협하는 최대 변수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우리 정부도 2023년 ‘해외농업자원개발 종합 계획’ 발표를 앞두고 식량안보를 위한 마스터플랜을 새로 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정빈 서울대 농업·자원경제학 교수는 “정부가 공적개발원조(ODA)를 통해 현지에 농업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 식량외교를 강화해야 한다"며 “민관이 유기적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식량 위기가 현실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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