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2차전지 등 한국의 주력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새 정부가 정책조정부처의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를 통해 기술 개발을 위해 해외와 연구개발(R&D) 협력을 늘리고 글로벌 인재 육성을 위해 글로벌 인재 네트워크도 강화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구자현 한국개발연구원(KDI) 산업·시장정책연구부장은 20일 ‘기술패권시대의 산업·통상정책’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에서도 특정 제조업 분야를 선택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정부의 개입인 산업정책에 대한 관심이 부각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중국의 부상에 따른 첨단기술 및 제조업 자립으로 선진국에서도 첨단기술 보호 및 확보 경쟁이 촉발됐다. 특히 반도체는 디지털·그린 전환의 핵심 요소로 미국은 2월 하원에서 ‘CHIPS 법’이 통과됐고, 유럽과 일본도 반도체 육성 법안을 내놓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경제안보가 새로운 개념으로 떠오르며 세계 각국은 첨단기술 자립·제조 및 공급망 확보를 위해 산업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기술경쟁력 확보를 위해 정책조정체계를 보다 정교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정책조정부서가 제한적인 역할만을 수행하는 만큼 정책조정부처의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으며 반도체와 같은 국가첨단전략산업과 우주, 양자 등 장기시각에서 전략적으로 추진해야 할 사항은 대통령 주재 회의를 주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빈번한 점검회의는 민감한 정보가 공개될 수 있는 만큼 지양해야 한다.
아울러 국가첨단전략산업경쟁력강화법제정을 통해 첨단산업시설의 기반 인프라 지원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기업의 R&D와 설비투자에 대해 세제 지원을 확대하고 정부가 첨단산업의 불확실성에 대한 위험을 감당하는 가운데 민간의 기업금융 역할을 촉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에서 미국의 화이자와 독일의 바이오엔테크가 협력했던 것처럼 해외와 R&D 협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인재 네트워크를 강화해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통상 분야에서는 글로벌 공급망 확대 지원 및 해외자원 확보와 더불어 지정학적·지경학적질서 재편에 전략적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기술우방국과 협력을 강화하고 희토류 등 해외 자원도 확보해야 한다. 특히 변동성이 심한 에너지 분야는 탄소중립 및 디지털 전환을 위한 핵심요소인 만큼 에너지가격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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