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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업체 기술 뺏어 제3의 업체로… 쿠첸 과징금 9.2억원

"기술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업체 노력 수포로"





주방가전기업 쿠첸이 납품단가를 낮추기 위해 수급사업자(하청업체)로부터 기술을 빼앗아 제3의 업체에 넘긴 혐의로 과징금 약 9억 원을 물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하청업체 기술자료를 유용한 쿠첸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9억 2200만 원을 부과하고 쿠첸과 기술유용행위를 주도한 직원을 각각 검찰에 고발한다고 20일 밝혔다. 납품 승인 목적으로 기술자료를 제공받은 뒤 하청업체가 단가 인상을 요구하자 자료를 제3의 업체에 전달해 거래선을 변경하는 데 사용했다는 혐의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쿠첸은 A업체로부터 제공받은 인쇄 배선 기판 조립품 기술자료를 2018년 3월부터 2019년 1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다른 업체에 전달했다. A업체의 경쟁업체인 B업체를 신규 협력사로 등록하기 위해 B업체에 자료를 전달했고 A업체가 납품단가 인상을 요구하자 C업체에도 자료를 전달했다. 쿠첸은 단가 인상을 요구한 A업체와 단계적인 거래 규모 축소를 계획하는 동시에 C업체 한 번 더 기술자료를 전달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쿠첸이 거래상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수급사업자로부터 제공받은 기술자료를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제공 목적과는 무관하게 수 차례 부당 유용했다”며 “신규 경쟁업체를 협력업체로 등록시키고 거래선을 변경하는 목적을 달성했을 뿐 아니라 기존 수급사업자와 거래를 단절하게 돼 위법행위의 부당성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쿠첸은 2015년 11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6개 하청업체에 밥솥 등 관련 부품의 제조를 위탁하고 기술자료 34건을 요구하면서 사전에 기술자료 요구 서면을 교부하지 않기도 했다. 공정위는 기술자료 요구의 정당한 사유를 인정하면서도 사전 교부 의무를 위반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원사업자(원청)에 수급사업자 기술자료 보호 인식이 없다면 자기 이익을 위해 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를 유용하는 손쉬운 선택을 하게 되고 자신만의 기술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수급사업자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간다”며 “이번 조치가 경제 발전의 근간을 이루는 수급사업자들의 기술 혁신 의지가 위축되지 않도록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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