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015760)이 올해 대규모 적자를 볼 것으로 예상되면서 주가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발전사·소비자 사이에서 원자재 가격 상승을 부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투자 심리가 꺾인 것이다.
20일 한전은 전일보다 1.84% 내린 2만 1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14일 2만 5100원을 기록한 이후 줄곧 하락하며 약 한 달 만에 15%가량이 빠졌다.
한전 주가가 약세를 면치 못하는 것은 에너지 가격 상승의 부담이 한전에 전가되면서 실적 악화에 따른 우려가 확산됐기 때문이다. 올 들어 한전은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석유·석탄·가스 등 주요 연료비가 급등한 영향이다. 한전이 발전사에 지급하는 전력도매가격(SMP)은 지난달 킬로와트시(㎾h)당 192원 75전까지 치솟았다. 이는 지난해 3월(84원 22전) 대비 129% 상승한 수치다. 그럼에도 전기 요금 현실화는 물가 자극을 염려한 정부 등의 반대로 어려운 상황이다.
재무 구조도 악화 일로다. 한전의 차입금은 2020년 말 5조 1338억 원에서 지난해 말 6조 6627억 원으로 1조 5000억 원 이상 늘었다. 1년 이내 상환해야 할 차입금도 같은 기간 2조 1149억 원에서 4조 3842억 원으로 2배 이상 급증했다. 자금 조달을 위해 올해 들어서만 12조 원에 가까운 회사채를 발행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한전의 적자가 15조 원에서 최대 30조 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올해 예상 매출액이 전년 대비 8.6% 증가한 65조 7772억 원, 영업손실이 15조 4461억 원을 기록해 적자를 이어갈 것으로 봤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보다 80% 상승한 석탄과 가스발전 단가 때문에 올해 예상 영업손실이 23조 8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하나금융투자는 올해 32조 원까지 적자가 불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1분기 적자 규모가 6조~8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돼 지난 한 해 적자 규모인 5조 860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일부 전문가들은 한전이 원자재 가격 상승을 부담하는 현재 상황이 지속되긴 어려워 전기 요금 현실화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나민식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SMP 상승 이후 후행해서 전기 요금이 오르는데 3월 SMP는 전년 대비 129% 상승하며 192원/㎾h로 10년 동안 최고치를 경신했고, 지난 10년 동안 전기 요금을 올리지 않아 인상 압력이 누적된 상황이다”라며 전기 요금 현실화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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