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코언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장이자 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석좌 교수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여파로 약한 국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쟁 승패와 관계 없이 러시아가 패권 국가에서 밀려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러시아가 마주할 현실은 결과적으로 러시아와 밀월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중국에게도 강력한 경고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코언 교수는 이번 전쟁으로 미국을 필두로 한 민주주의 국가 연합의 결속력이 더욱 더 공고해진 것은 맞지만, 군사 개입을 주저한 미국의 결정을 전세계가 지켜본 만큼 각국의 군비 경쟁도 한층 심화할 수 있다고 짚었다.
지난해 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을 언급했던 코언 교수는 최근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의 전쟁 양상과 이번 전쟁의 의미 등에 대해 다시 한 번 통찰력 있는 분석을 내놓았다.
그는 ‘앞으로 러시아는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에 “러시아는 원유와 광물 자원의 생산에만 의존하는 약한 나라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구체적인 이유를 언급하진 않았지만,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강력한 제재가 전쟁이 끝난 이후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만약 러시아가 패전하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권력을 잃게 될 것이며, 제재 압박 등 현재의 상황은 러시아를 지지하는 중국의 사고 방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또한 러시아가 이번 전쟁을 오래 끌고 가지는 못 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2월 24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두 달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당초 속도전을 내세운 러시아의 파상공세에 우크라이나가 단기간에 점령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지만, 전황은 예측과는 다르게 흐르고 있다. 미국을 필두로 한 서방국의 우크라이나 지원과, 결사항전 기치를 내건 우크라이나 군인들의 강력한 저항이 전쟁 양상을 뒤바꿔 놓은 것이다.
다만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쟁 지속 의사를 공식화 한 만큼, 앞으로 상황은 그 누구도 예측하기 쉽지 않다.
코언 교수는 “러시아군은 심한 타격을 받았고, 러시아군의 사기도 낮다”며 “푸틴이 몇 개월 동안 싸움을 지속하려면 이번 전쟁을 견딜 수 있는 군이 필요하지만, 지금 러시아군은 생각보다 강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짚었다.
이번 전쟁에서 핵심 키를 쥐고 있는 미국에 대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코언 교수는 “전반적으로 미국의 움직임은 긍적적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도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사람들에게 더 많은 무기를 제공해야 한다. 미국은 지금 겁쟁이가 될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번 전쟁이 가져올 수 있는 국제질서 변화에 대해서도 주목했다.
그는 “이번 전쟁은 전 세계 국가에 침공 당했을 때 나라를 지킬 힘이 있느냐는 질문을 던졌다”며 “이번 전쟁을 통해 민주주의 동맹국들의 결속력이 더욱 더 커졌지만 유럽국가들은 국방비를 늘리고 있다. 각국은 스스로 싸울 준비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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