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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올해만 12조 회사채 물량폭탄…他기업 조달 금리도 껑충

[공룡 한전의 자금난 후폭풍]

작년 사채 규모 10조 늘어 74조

금리 오르면서 이자 부담도 커져

전기요금은 동결…적자 누적 비상

이사회, 자금 조달 리스크 우려





한국전력 이사회가 금리 상승에 따른 회사채 발행 부담 우려를 회의 소집 때마다 제기하는 등 한전의 재무 상황이 악화 일로다. 한전은 올 들어 월평균 3조 원이 넘는 회사채를 발행한 데 이어 이달에는 발전 공기업으로부터 외상으로 전력을 사들일 수 있도록 ‘전력거래대금 결제일에 관한 규칙’을 개정하는 등 자금 조달에 비상이 걸렸다.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는 가운데 정부가 올 2분기 실적 연료비를 동결한 데다 연간 단위로 결정하는 기준연료비에 10월부터 인상분 전액을 반영토록 해 한전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미지수다.

21일 한전이 올 2월 개최한 이사회 회의록에 따르면 참석 이사들은 “지정학적 변수에 따른 연료 가격 상승과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따른 금리 변동 등에 대한 대응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전 이사회가 개최된 날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시작한 날이다. 글로벌 자금 조달 리스크가 본격화하기 전부터 자금난에 대한 우려를 피력했다는 얘기다. 앞서 한전 이사회는 지난해 12월 중순 열린 회의에서도 “글로벌 경제 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어 자금 조달 및 운영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한전 이사회의 우려는 전기 요금 동결과 최근 몇 년 새 급증한 사채(회사채+전력채) 규모 등으로 복합적이다. 상환액을 제외한 한전의 지난해 누적 사채는 총 74조 386억 원에 달한다. 1년 새 10조 원이 늘었다.



사채를 통한 자금 조달이 많다 보니 이자 부담도 커지고 있다. 한전의 지난해 이자 비용은 1조 9144억 원에 이르렀다. 설상가상으로 시중금리가 올라가면서 이자 상환 압박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 한전의 10년 만기 회사채 금리는 2020년 1.48%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이보다 2배 이상 높은 3% 중반대를 기록 중이다. 이런 와중에 자금난에 처한 한전이 사채 발행 물량을 늘리고 있어 조달 코스트는 더 올라가고 있다.

한전도 갑갑한 상황이지만 한전의 물량 폭탄에 다른 기업의 조달 금리가 덩달아 뛰는 것도 문제다. 한 전력 공기업의 임원은 “한전이 올 들어서만 12조 원 수준의 회사채를 발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워낙 물량이 많다 보니 다른 기업 입장에서는 투자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더 후한 금리를 쳐줘야 하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환율 변동에 따른 한전의 재무제표상 금융 손실도 대폭 늘었다. 한전의 지난해 ‘원화환산손실’은 1조 1593억 원으로 2020년(2150억 원) 대비 5배가량 증가했다. 지난해 연평균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150원대였던 반면 우크라이나 전쟁, 미국의 공격적 긴축으로 최근 환율이 1240원대까지 치솟아 올해 손실 규모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여기에 한국에너지공대(한전공대)는 한전에 혹처럼 붙어 있다. 한전공대 설립 관련 비용 1조 6000억 원 중 절반가량을 향후 10년간 부담해야 하는 탓이다.

한전 이사회 측은 적절한 전기 요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전 측은 지난해 연말 개최된 이사회에서 “전기 요금에 총괄 원가가 적기에 반영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며 “전기 요금 조정에 대한 대국민 이해와 수용성 확대를 위해 소통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측이 물가 상승 부담을 이유로 이후에도 실적 연료비 동결을 골자로 한 ‘전기료 동결’ 카드를 꺼낼 가능성 높아 고민이다.

한전은 이미 올 1분기에 지난해 기록한 연간 영업손실(5조 8601억 원) 규모를 뛰어넘는 적자가 확실시된다. 지난해 3월과 올 3월 전력거래량과 전기 요금은 큰 차이가 없지만 같은 기간 전력거래액은 3조 8410억 원에서 7조 47억 원으로 껑충 뛰었다. 시장 컨센서스에 따르면 한전의 올해 영업손실 규모는 17조 원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메리츠증권은 한전 손실 규모를 무려 22조 8144억 원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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