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비가 주문 1건당 최대 1만 원까지 뛰어오르고 있지만 정작 물가 통계에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은 개별 외식 품목 등에 일부 포함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최근 급격히 오른 배달비가 정확히 반영되지 않을 경우 물가 통계가 과소 추계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이처럼 정부 통계와 실제 현장과의 괴리가 커지면서 물가지수를 개편해야 한다는 요구도 커지고 있다.
21일 서울경제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를 넘기 시작한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의 39개 외식 품목의 가격 상승률을 분석한 결과 배달 주문이 많은 품목들이 상승률 상위권을 싹쓸이했다. 품목별로 보면 피자가 7.4% 상승해 가장 높았고 짜장면(7.1%)과 짬뽕(6.7%), 김밥(6.4%)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이는 해당 기간 전체 외식 품목의 평균 상승률(4.3%)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반면 배달이 없는 구내식당(1.8%)이나 비중이 낮은 삼계탕(2.1%), 해물찜(2.4%) 등은 상대적으로 가격 상승률이 높지 않았다. 이 같은 점에 비춰 보면 외식비 상승의 상당 부분을 배달비가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배달비가 물가 급등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지만 정작 물가 통계에는 별도로 이를 집계하는 항목이 없다. 실제로 지난해 초 1건당 2000~3000원 수준이던 배달비가 최근 들어서는 4000~5000원 수준으로 2배 가까이 올랐다. 지역과 품목에 따라선 배달비가 1만 원에 육박하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보다 정확한 물가 집계를 위해 배달비를 통계에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전현배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새로운 구매 형태가 나타날 경우 해당 비용이 과대 또는 과소 추계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라며 “최근 배달 문화라는 새로운 구매 형태가 확산되면서 이 같은 비용을 물가지수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배달 급증이라는 추세가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 단기적으로 나타난 것일 수도 있는 만큼 지수 반영 시 비중 조절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에서도 급격히 오른 배달비 문제를 인식하는 분위기다. 1월 기획재정부는 배달 플랫폼별 배달비, 거리별 할증 요금, 배달 방식별(묶음·단건) 수수료, 최소 주문액 등을 공개하도록 했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대책이 실효성이 없다고 비판하지만 정작 이런 방안 외에 뚜렷한 대책은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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